아카시아 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햇볕이 따뜻한 날이었다.
운전석 창문을 반쯤 내렸다. 향긋한 아카시아 꽃향기가 차 안으로 밀쳐왔다. 39번 국도 옆으로 아카시아꽃밭이 길게 이어져 있었다.
언제나 아카시아꽃은 홀로 피지 않았다. 군락으로 피어오른 아카시아꽃이 도로변으로 넘실거린다. 꽃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가지들이 담을 넘어 휘청인다. 그래서일까 아카시아 나무는 바람에 순응한다. 바람 가는 데로 나무도 간다. 꼿꼿함을 버리고 유연함으로 바람을 맞는다.
아카시아 나무는 작은 바람에도 흔들린다. 사는 법을 터득한 나무는 바람에 저항하지 않는다. 그때마다 하얀 포도송이가 바람에 흔들리는 것처럼 보인다. 살이 오른 아카시아 꽃잎들이 봄볕을 향해 잎을 열어간다. 바람은 아카시아향기를 멀리 실어 나른다.
39번 국도 양옆으로 무질서하게 피어오른 아카시아꽃들이 액자 속 그림처럼 걸려있다. 소금꽃이 피어오른 듯, 하얀 솜들이 나무줄기에 매달려 있다.
그 옆으로 가래질을 끝낸 빈논엔 물이 가득하다. 멀리서 보면 작은 바다처럼 보인다. 소금쟁이가 다녀간 건인지, 잔물결이 일다가도, 논둑에 다다른 물결은 제법 찰랑인다. 물 위로 내려앉은 태양빛이 윤슬로 반짝인다. 눈이 부셔 손등으로 차양을 친다. 거름으로 다져진 논냄새가 비린 듯 향기롭다. 이런 싱싱한 흙냄새는 오직 오월에만 허락된다.
오월 중순 어느 봄날 오후
아카시아 꽃이 활짝 피어난다.
주렁주렁 매달린 아카시아꽃잎 위로 꿀벌들이 모여든다. 포도송이처럼 주렁주렁 흔들리는 아카시아꽃은 진한 향기를 퍼트린다.
아카시아꽃은 먼 곳에서 피고 진다.
보는 것보다 더 빨리 진한 꽃향기가 콧속으로 밀려 들어온다. 국도옆 산기슭으로 햇살이 내려앉는 길가엔 가로등처럼 긴 아카시아 자생 군락이 퍼져있다. 산자락이 끝나는 지점에 이르러 국도옆으로 다시 아카시아 군락이 사라졌다 나타나기를 반복한다. 아카시아나무는 경계가 없다. 논둑과 논둑사이, 텃밭 둘레길에서 아무 데서나 뿌리를 내린다. 짧은 시간 아카시아 나무는 자생지를 만들어 나간다. 왕성한 생명력이다.
향긋한 아카시아꽃 향기가 진해질 때쯤, 농부들은 물이 꽉 들어찬 빈논에 모를 심는다. 곧 하얀 감자꽃이 필 것이다.
향긋한 아카시아꽃 향기가 진해질 때쯤, 농부들은 물이 꽉 들어찬 빈논에 모를 심는다.
그렇게 오월이 깊어지고 있다.
아카시아는 오월에 꽃이 핀다.
오월은 깊어져간다.
곧 여름이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