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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편의 시를 필사한 후

비 오는 금요일에

by 둥이

<우리에게 필요한 모든 것 - 스티브터너의 시>

속을 든든하게 해 줄 음식


해를 가릴 챙 넓은 모자


갈증을 풀어줄 시원한 물


따뜻한 밤을 위한 담요 한 장



세상을 가르쳐줄 선생님


발을 감싸줄 튼튼한 신발


몸에 잘 맞는 바지와 셔츠


포근한 보금자리와 난로



우리를 사랑하는 사람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


내일을 위한 희망


마음을 밝혀줄 등불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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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가 먹고 싶다 - 이상국 시 >


사는 일


밥처럼 물리지 않는 것이라지만


때로는 허름한 식당에서


어머니 같은 여자가 끓여 주는


국수가 먹고 싶다.


삶의 모서리에 마음을 다치고


길거리에 나서면


고향 장거리 길로


소 팔고 돌아오듯


뒷모습이 허전한 사람들과


국수가 먹고 싶다.



세상은 큰 잔칫집 같아도


어느 곳에선가


늘 울고 싶은 사람들이 있어.


마을의 문들은 닫히고


어둠이 허기 같은 저녁


눈물자국 때문에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사람들과


따뜻한 국수가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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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이 지났다.

빈자리에 먼지가 쌓여 간다.

여전히 하늘은 푸르기만 했다.


그냥 가끔 생각나고 보고 싶었다.

책장 위에 시집을 꺼내 읽었다.

누군가 내 뒷모습을 보고 있는 듯했다.

두 편의 따뜻한 시가 나를 위로해주었다.


나도 누군가에게 이런 사람이 되고 싶다.

비 오는 금요일이다.

누군가 술 한잔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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