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잘하는 사람들의 비법
어깻짓 손짓 눈짓 몸짓의 언어
- 말 잘하는 사람들의 비법
그 사람은 가끔 두 어깨를 살짝 올리면서 이야기했다. 이야기를 하다가도 중간중간 어깨와 두 손을 같은 방향으로 올리곤 했다. 중요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거나 혹은 그렇지 않거나 쓸데없는 이야기를 할 때도 아무 때나 그 동작은 나왔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그 몸짓은 그 사람한테는 너무 자연스러운 동작이 되었다. 나도 가끔 그분과 이야기할 때면 그 동작을 따라 하곤 했다. 이런 건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쉽게 옮아 버린다. 의도하지 않은 것들이,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몸에 배어버린다. 그렇다고 효과가 좋다면야 다행이지만, 이상하다며 따라 하지 말라고 핀잔을 들을 때가 더 많았다. 어깻짓으로 자기의 기분과 대화를 잘 이끌어 내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연스러운 보디랭귀지가 몸에 밴 사람들이다. 그런 분들은 이미 대화가 시작하기도 전에 중요한 소통을 눈짓과 몸짓과 자연스러운 손동작으로 자연스러움을 이끌어 낸다. 이미 이야기를 시작하기도 전에 내 편을 만들어 낸다. 소통의 달인들이다.
이런 동작들이 향수처럼 자연스럽게 배어 나오는 분들 중에는 나의 지인분이 있다. 친하다고 하면 꽤나 친한 분이어서 자주 통화하고 자주 만나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다.
이십 년 넘게 알고 지내는 그분을 처음 본건 회의실 아서였다. 긴장감이 팽팽한 회의실에서 그분은 별로 말수가 없었다. 대개는 꼭 필요한 부분에서만 한두 마디, 그것도 단답형이었다. 그것도 질문에 대한 답변뿐 이였다. 지금도 이상했던 점은 두 글자나 한 글자의 그 짧은 대답이 분위기를 바꿔놓는다 데 있었다.
지금도 그분은 말이 별로 없다.
말보다 오히려 정확한 타이밍에 어깨 지시 나오거나(대부분 수긍을 하거나 마음에 들 때), 눈썹을 올리거나( 한쪽만 올릴 때도 있고, 두 쪽을 다 올릴 때도 있는데 한쪽만 올릴 때는 이상하거나 마음에 안 들 때, 두 쪽을 다 올릴 땐 정말 마음에 안 들 때), 손바닥을 펼쳐 보인다거나, 허리를 반쯤 뒤로 젖힌다거나, 상반신을 앞으로 바짝 당겨 앉는다거나, 입꼬리가 내려간다거나(그렇지 이해해란 의미) 하면서 상대방의 말을 이끌어 낸다.
물론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은 중간중간 추임새로 충분히 연결시켜 가며 흐름을 끊지 않는다. 꽤나 자연스럽다. 바쁜 몸짓들과 달리 눈동자만은 한 군데에 고정돼 있다. 그것도 상대방이 부담 가지지 않을 만큼 노련하게 눈빛의 강도를 조정해 가며,
마치 랜턴 불빛의 세기를 조정하듯이,
가끔 난 그분의 흉내를 낸다.
신통하진 않지만 효과 볼 때가 많다.
역시 말이 제대로 통하려면 말수가 적어야 한다. 그리고 다른 언어로 이야기해야 한다. 그래야만 된다.
말이 귀에 닿는 속도 보다 더 빠른 게 있다. 그것은 쉽게 마음을 움직인다.
짧은 순간 상대방의 눈으로 스며드는 눈짓과 몸짓과 어깻짓 그 안에 깃든 마음이 먼저 전달된다.
그것도 어떤 말보다 더 따뜻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