욱 다스리기
화를 다스리는 방법
- 마음의 온도를 낮추려면
쉽게 욱하는 사람들이 있다.
요즘처럼 날씨가 무덥고 습한 날이면 사람들은 더 쉽게 짜증을 낸다.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는 상황에서도 말투와 눈매가 곱게 나오지 않는다. 아주 작은 반응에도 민감하게 대하는 사람들이 엄한 날씨 탓을 하고 장마 탓을 한다. 등줄기로 흐르는 땀방울로 목덜미와 온몸이 땀으로 끈적끈적 해진다. 하지만 이런 불쾌감은 냉방시설이 잘 되어 있는 사무실이나 카페에 앉아 있으면, 순식간에 사라진다. 안개 걷히듯이 내 몸에 배어있던 습도를 빼앗아간다. 십 분도 안 돼 서늘함이 몰려온다.
땀이 증발되면서 팔뚝에 솜털이 솟는다. 이미 그때는 짜증도 저 멀리 사리진 후라서 밀린 결재서류를 가지고 와서 후다닥 결재를 해도 뒤탈이 없을 것 같았다.
그날은 영업회의가 있던 날이었다.
대개의 경우 영업부 마감 회의는 한 달에 한 번 하게 된다. 얼마를 벌었고 또 얼마를 벌어야 되냐는 그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요즘 같은 불경기에 없던 스트레스도 밀려오게 돼있다. 그날도 아침부터 푹푹 찌는 날씨가 이어지고 있었다. 장마철로 접어 들어서 습도도 높았다. 여러 가지로 최악의 조건이었다. 짜증 내기에 최상의 조건을 갖춘 채 영업회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회의실 에어컨 온도는 19도로 세팅되어 있었다. 더 이상 내려가지 않을 만큼의 차가운 바람이 회의실 안을 메우고 있었다. 에어컨의 풍량은 소리만 들어서는 가진 에너지를 전부 쏟아내고 있었다.
이런 완벽한 냉방 조건에서 영업회의를 하고 있건만, 서서히 땀이 나기 시작했다. 스크린에 올라온 막대그래프와 꺾은선 그래프, 삼사분기 예상 실적과 이번 달 매출 분석표를 보면서, 난 스트레스 지수가 올라가기 시작하였다. 급기야 통제 불능 상태까지는 아니었지만, (분노조절장애처럼은 아니지만)
말투와 표정에는 이미 온갖 짜증을 토해냈다. 그런 건 아주 쉽게 상대방에 옮겨붙는다. 듣는 사람도 짜증 나서 화를 내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경기 안 좋은 거야 20년 전에도 안 좋았고 IMF 때도 안 좋았고 앞으로도 안 좋을 거야 그래도 어쩌겠어 트럼프 탓만 하다가 굶어 죽을 거야 방법을 찾아야지 "
그냥 아무 말 대잔치처럼, 해답도 정답도 아닌 푸념 섞인 말을 쏟아냈다. 거기엔 전략도 비전도 없었다. 그냥 너희들이 어떻게든 해야 된다는 한마디로 화를 내고 있었다. 당연히 화를 내다보니 열이 났고 열이 나다 보니 몸이 뜨거워져, 냉기로 가득 찬 회의실에서 땀을 흘리고 있었다. 신체가 하는 일은 알 수가 없다. 오장육부가 머리에 지배를 받고 있다는 걸 이럴 때 가끔 느낀다.
회의가 길어지면서 회의 분위기는 진지해져 갔다. 서로 원인 분석을 하고 향후 방향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대화가 많아질수록 부정적이던 생각들이 긍정적으로 변해갔다. 스크린에 가득 찬 숫자와 막대그래프가 음률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마음의 온도가 내려가기 시작한 건 그때쯤 이였다. 여름철 무더위로 인한 불쾌감이 에어컨 바람으로 날아가듯이, 마음의 온도가 평온을 찾아갔다.
마음의 온도를 내릴 수 있는 방법은 역시 대화였다. 이야기를 하다 보면 어느새 화가 가라앉는다. 아주 짧은 그 순간을 대화로 채워 나가면 다른 것들이 그 자리를 채워나가지 못한다.
찌는듯한 여름을 시원하게 보내는 방법이 그리 먼데 있지 않다. 힘들게 외국으로 갈 필요도 없고 물을 찾아 계곡과 바다로 갈 필요도 없다. 그냥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과 차 한잔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마음의 온도가 뚝뚝 내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