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대 앞에서 분주해지는 사람들
요령 있게 밥 값 계산하기
점심을 먹고 카운터 앞에 섰다.
정확히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지만, 난 주로 밥을 사는 편이다. 그건 메뉴와는 상관이 없다. 비싼 것을 먹든 싼 것을 먹든, 웬만해선 주로 내가 계산을 하는 편이다. 의례 내가 한번 샀으니 다음에는 상대방이 내야 한다는 것까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아마 그런 것까지 기억하며 사람을 만나고 계산을 하는 사람들도 많을 거라 생각한다. 어쩌면 이런 습관은 내 나이 때가 되면 경제적으로 단단해지고 안정적인 생활이 (모든 사람들이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되어서 그럴 수도 있다. 그날도 지인분들과 점심으로 염소탕을 먹으러 갔다. 얼큰하고 소화도 잘 돼서 가끔 먹는 점심메뉴다.
그렇게 점심을 먹고 계산대 앞에 섰다.
" 잘 먹었습니다. 계산해 주세요 "
" 몇 번에 앉으셨나요? 아 저기 창가 쪽 은 이미 계산하셨어요 "
지인분은 내가 항상 계산하는 것이 부담되었던지, 화장실 다녀온다고 하면서 계산을 했다.
"그럼 커피 살게요."
"요즘은 커피값이 더 비싸다고 하네요"
카운터 앞에는 늘 이렇게 기대하지 않은 이야기들이 모인다. 먹는데 그렇게 동작이 빠른 사람도 카운터 앞에서 꾸물대는 사람들도 있다.
아예 카운터 근처에도 오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신발을 오래 신는 사람들도 있고 항상 화장실로 가는 사람들도 있다.
어떤 사람들은 카운터 앞에서 어수선을 떤다. 서로 자기가 밥값을 계산하겠다고 먼저 계산서를 들고 카운터로 달려가는 사람들도 있고, 그냥 조용히 화장실을 다녀오다가 몇 번 테이블 먼저 계산하겠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우연히 젊은 사람들이 밥을 먹고 밥값을 계산할 때가 있었는데 난 그 뒤에서 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정확히 일곱 명이었다. 그분들은 다 각자 먹은 밥값을 계산하고 있었다. 분명 같은 테이블에서 먹은 같은 회사 직원분들 이였다. 카운터 안 여사장님도 지쳤던지, 혹시 한분이 모아서 계산해 주시면 안 될까요 물어보았다.
그렇다고 그분들이 김영란법에 접촉되는 공무원이라면야 충분히 이 애가 될 법도 하지만, 일반 제조회사 직원들이었다.
일곱 명이 각자 계산을 끝내고 나서야 내 차례가 되어 빌지를 건넸다. 요즘은 키오스로 주문을 한 후 테이블 번호를 이야기한다. 더치페이가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카운터 앞에 길게 늘어선 줄이 마냥 좋아 보이지만은 않았다.
"요즘은 저런 분들이 많아요."
"사장님도 힘드시겠네요."
"근데 같이 먹은 만두나 술은 어떻게 계산하나요"
너무 궁금해서 물어보았다.
"왠 걸요. 자기들이 먹은 것에 나눠먹은 것은 엔분 이일로 더해서 계산해요. 왜 골프장 그린피와 그늘집 각자 계산하듯이요."
식당 사장님은 그런 것도 모르냐는 표정으로 날 훑어보았다. 그랬다. 그 생각을 못하고 있었다.
며칠 전에도 난 새벽 골프를 치고 난 후 카운터 앞에서 각자 계산을 했다. 정확히 그린피에 그늘집에서 먹은 밥값이 엔분 의일로 나눈 값이었다. 골프장 카운터 직원들도 그런 기분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문뜩 들었다.
비교는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크게 다르지는 않은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