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잘하는 아이 이야기
인사 잘하는 아이
오늘도 엘리베이터 이야기다.
대개의 경우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사람들은 바쁘거나, 느긋하거나, 표정이 없다. 안 그런 사람들도 있겠지만, 요즘처럼 더운 날이면 표정관리가 힘들 때가 많다.
아침 8시와 9시 사이, 엘리베이터는 서있을 시간 없이 바쁘게 움직인다.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시간대에 밖으로 나간다.
일터로 가거나 학교를 가거나 도서관이나 백화점으로, 더위를 패해 간다. 그렇다 보니 35층 두대의 엘이베이 터는 사람들로 꽉 채워져 서다 가기를 반복한다. 그냥 휙 하고 일층까지 내려가면 좋으련만 한 층도 빠지지 않는다. 물론 그건 내가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 이야기다. 가끔씩 정원초과로 십여분을 다시 기다리는 경우도 있다. 올해처럼 덥고 습한 여름이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것도 힘든 일이다. 그렇게 18층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다.
천천히 내려오던 엘리베이터가 18층에 멈쳐섰다. 그리고 스르르 문이 열렸다. 늘 그렇듯이 엘리베이터 안에 탄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은 채 안으로 들어섰다. 난 바쁘지 않은 표정 없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뒷자리 구석에서 누군가 안녕하세요 인사를 했다.
미성의 어린아이 목소리였다. 목소리만 듣고서 누군인지 알 수 없었다. 위층에 사는 아이들 친구려니 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벽을 등진채 고개를 앞으로 쑥 내밀며 현재가 인사를 했다. 초등학교 1학년 올해 초등학교를 입학한 현수동생이었다.
우리 아이들과 어린이집을 같이 다닌 동생이었다. 어찌나 인사성이 밝은지, 엘리베에터안에서 사람들이 많으면 그냥 지날 칠 법도 하건만, 현재는 18층에만 서면 아는 사람이 탈거라는 기대감에 목하나를 길게 빼든다.
며칠 전에 봤을 때 왼쪽다리에 깁스를 하고 있던 게 기억났다.
"현재야 깁스 풀었네 힘들었겠다"
"아니에요 별로 안 힘들었어요"
"근데 발가락에서 나는 냄새가 났어요"
현재는 깁스를 하고서도 인사하는 법을 잊지 않았다. 고개를 끄덕하기도 힘든 자세에서 두 목발에 힘을 주고 인사를 했다. 사람들로 가득 찬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깁스를 한 체로 힘든 자세에서도, 가로지르며 걸어가는 횡단보도 위에서도, 편의점 카운터 앞에서도, 현재는 마치 인사를 안 하면 안 될 것처럼, 밝게 웃으며 인사를 했다.
얼룩하나 없을 것 같은 투명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현재. 일층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현재는 물어보지도 않은 말들을 쏟아냈다.
"형이 물병을 안 가져갔어요. 내가 갔다 줘야 돼요."
어린이집에서 부른 애칭을 아직도 잊지 않고 어디서나 나를 보면 외친다.
"둥이" 둥이 아저씨 "
"둥이 삼촌이라고 불러"
유난히 덥고 습한 여름, 오늘도 현재 덕분에 행복한 하루가 시작되었다.
"고마워 현재야 행복한 하루 보내 "
일층으로 걸어 나가는 현재가 뒤돌아 꾸벅 인사를 했다. 현재의 입꼬리가 귀에 걸쳐 있었다.
천사의 미소를 한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