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우와 이 여행기
하와이의 보물섬 - 카우와 이 여행기
2025년 7월 22일 화요일 오후 2시 30분 카우와 이 리후공항에 도착했다. 작년 빅아일랜드 여행에 이어 올해는 카우아이 여행, 두 번째 하와이 여행이었다.
빅아일랜드와는 전혀 다른, 어쩌면 하와이가 아닌 그냥 자기만의 카우아이란 이름으로 알려져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카우아이는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풍경으로 채워져 있었다.
카우아이섬을 여행하며 천국이 있다면 아마도 이런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여러 번 들었다.
긴 시차 덕분에 하루를 벌었다. 화요일 이란 시간이 사라졌다가 다시 생겨났다. 잠 한숨 못 잤지만 무사히 하와이에 도착하니 한결 기분이 좋아졌다. 하와이완 항공으로 갈아타고 카우아이섬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2시 40분, 공항은 작고 아담했다. 드디어 카우와 이 여행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카우와 이 섬에 도착해 우리는 거북이 해변으로 향했다. 숙소 옆에 닿아 있는 해변으로 거북이 수십 마리가 올라와 있었다. 계속해서 물 위로 올라오는 거북이는 마치 자석에 이끌리기라도 한 것처럼 순서대로 올라와 해변 모래 위를 채워 나갔다. 거북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넓게 팬스가 채워져 있었다. 붉게 물들어 가는 일몰이 바다 위에서 반짝였다. 커다란 거북이가 누워있는 해변에서 아이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스노클링을 했다. 빅아일랜드에서 봤던 거북이와는 크기부터 달랐다.
카우아이의 공기는 맑고 투명했다. 그 안에 미세먼지란 게 있을 리가 없었다. 폐 안으로 한 움큼 길게 숨을 들이마신다. 폐안이 한결 깨끗해져 감을 느낀다. 공기에도 냄 새란 게 있어서 숨 쉴 때 느껴지는 청결함이 내 몸을 씻겨주는 듯했다. 단지 숨 쉬고 걸었을 뿐인데도, 무언가 내 몸에 좋은 것을 해준 듯했다.
아이들은 하날레이(Hanalei Bay) 해변에서 까맣게 타들어갔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해변과 강이 연결되어 있는 하날레이 해변 앞으로 열대우림을 간직한 높다란 산맥이 이어지고 있었다. 하날레이 해변은 무라카미하루키가 달리기를 하며 소설을 썼던 곳이다. 해변은 바다를 끼고 둥글게 휘어져 있었고, 바다로 들어오는 강줄기는 맑고 투명했다. 양손으로 노를 젓는 카누들이 여러 대 지나가고 있었다. 해변가 중간쯤 하와이 어느 해변에나 있던 부둣가 위에서 아이들은 타들어가는 햇볕을 피해 바다로 뛰어들고 있었다. 주완이와 지완이도 한참을 망설이는 듯싶더니 용기를 내 바다로 뛰어들었다. 뛰어들 때 솟구쳐 올라오는 하얀 물방울 위로 머리하나가 쑥 하고 올라온다.
카우와 이 섬에 사는 리나 씨 가족을 만났다. 리나 씨 가족은 Sleeping giant trail이라는 산으로 우리를 데려갔다. 마치 동네 앞산처럼, 높아 보이지 않은 산에는 면봉처럼 불쑥불쑥 올라와 있는 소나무가 수림을 이루고 있었다.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등산길이었다. 산안으로 들어서자 면봉처럼 작게 보였던 소나무 수림은 어른들 세네 명이 양손을 펼쳐야 잡을 수 있을 만큼 거대한 소나무 수림들이었다. 누군가 심어놓은 듯 일렬로 가지런히 솟아있는 소나무 수림들을 지나면 한 사람이 걷기에 딱 좋은 하얀 오솔길이 나타난다. 새색시 가르마처럼, 보기 좋은 오솔길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산 정상에 가까워진다. 힘들 법도 할 텐데 아이들은 저만치 앞서 나간다. 리나 씨가 키우는 강아지는 노련한 등산가처럼 아이들을 인도하고 있다. 해발 250m 산정상,
기암절벽과 도넛처럼 생긴 바위를 지나면 두세 명이 간신히 설 수 있는 정상이 나온다. 해변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계곡을 타고 올라온다. 에어컨을 틀어놓은 듯, 체감온도가 내려갔다. 카우아이가 한눈에 들어온다.
다음날 우리는 드디어 나팔리코스트(Napali Coast)로 향했다. 아이들은 간판 위에 누워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수십 마리의 돌고래들이 배주위로 몰려들었다. 수면 위로 뛰어오르는 돌고래들은 우리들을 환영해 주는 듯했다. 돌고래들의 가르쳐준 뱃길 너머로 카우아이의 보물이 펼쳐지고 있었다. 마치 병풍을 펼쳐 놓은 듯한 그림 같은 풍경들이 눈앞에 나타났다. 보고도 믿어지지가 않을 만큼, 높은 산들과 절벽들이 앞을 가로막고 서있었다. 푸른 하늘과 맞닿아 있는 바다는 해변으로 갈수록 녹색 그러데이션으로 빛나고 있었다.
색, 그곳엔 인간이 빚을 수 없는 색들이 있었다. 원색을 간직한 옅어지는 바다와 하늘 그곳에 기암절벽과 계곡이 숨 쉬고 있다. 배 위에서 바라본 나팔리코스트는 어쩌면 꿈결 같은 시간이었다.
하와이는 큰 4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크고 작은 섬들 중에 사람이 거주하는 섬은 8개 정도, 그중 제일 큰 섬은 빅아릴랜드란 별명이 붙은 하와이안섬과 하와이의 수도가 있는 오하우섬 그리고 자연 수림상태가 가장 잘 보존되어 있다는 카우아이섬과 작년에 큰 산불이 난 마후이섬 이 정도가 우리가 알고 있는 하와이다.
카우아이에는 그랜드캐년에 버금가는 마카웨이 계곡이 있다. Makawehi Lifthified Cliffs 산정상으로 올라가는 길가에 관광객들은 차를 세우고 끝없이 펼쳐져 있는 계곡을 바라보고 있다. 계곡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차가웠다. 광활함, 웅장함, 위대함, 그곳에선 생각이 지워진다. 그리고 한없이 겸손해진다.
계곡사이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실은 새들이 눈에 들어왔다. 긴 날개를 펼친 새들은 날갯짓을 하지 않았다. 바람에 몸을 실어 바람 부는 데로 실려갔다. 마치 파도를 타는 서핑처럼, 능숙하게 바람을 타고 있었다. 그 동작이 얼마나 편안해 보였던지, 새들은 바람 위에서, 고개를 돌려가며 몸단장을 하기도 했다.
하와이의 그랜드캐년에는 태양계의 행성 화성을 연상시키는 붉은 토양이 덥고 있었다. 계곡 절벽과 산색깔도 붉은 토양으로 덮혀져 있었다.
낮에는 뜨거운 여름이었다가 해가 지면 하와이는 가을이 된다.
우리는 매일 저녁 숙소 전용 수영장에서 수영을 했다. 아이들은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고 우리들은 썬베드에 누워 카우아이의 밤하늘을 쳐다보았다. 까만 하늘 위에 보석처럼 반짝이는 수많은 별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냥 행복해졌다. 연극이 끝나고 다음 막이 오르듯, 하늘엔 빼곡히 별들로 채워져 있었다. 믿을 수 없는 아름다움이었다. 잔잔히 들려오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매일밤, 하늘이 만들어준 디너쇼를 관람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