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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 일 년 살기를 꿈꾸며

하와이 여행기 2

by 둥이


하와이 - 카우와 이 일 년 살기를 꿈꾸며


어제 리후공항에 도착한 것 같았는데, 잠시 눈을 감았다가 뜬것 같은 기분, 이런 아쉬움이 딱 좋을 만큼의 충만함 이란걸 알면서도, 떠나기가 쉽지 않다.


제주도의 한 달 살기가 있듯이, 하와이에서 한 달 살기를 해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회사일을 누군가 해준다면 좋으련만, 그것도 아니라면 그냥 계좌에 알아서 돈이 꽂혀만 준다면, 하와이에 눌러앉고 싶었다.


카우와 이에는 야생 닭들이 떼로 몰려다닌다. 새들의 천국이다. 보기에도 늠름해 보이는 수탉들이 알록달록한 꼬리를 흔들며 도로를 횡보한다. 갓 태어난 병아리들은 엄마 닭을 쫓아다니며, 엄마 닭이 파해쳐 놓은 땅속에서 먹이를 찾고 있다. 사람들은 그런 모습에 별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유독 우리 아이들만 닭들을 쫓아다닌다. 용케라도 잡아오면, 후라이드치킨을 해 먹을 듯싶었다. 어딜 가든 제일 먼저 닭을 쫓아다닌다. 닭들은 영리해서 흔한 로드킬도 없었다.

카우와 이의 햇볕은 강렬하고 따갑다. 한두 시간 등대 주변에서 사진을 찍었을 뿐인데, 팔뚝 전체가 까맣게 타들어갔다. 강력한 태양 에너지 덕분인지 카우와 이는 태양광 시설이 많이 있다. 집집마다 지붕 위로 태양광 집진기가 설치되어있다.


질 무렵이면 하와이는 선선한 바람이 불어온다. 하루에 여름과 가을이 번갈아 가며 계절이 바뀐다.

밤이슬이 내려앉고 풀벌레 소리가 들려온다.


새벽녘엔 언제나 비가 조금씩 내린다. 달리기에 딱 좋은 날씨가 된다. 온몸을 적실만큼의 비가 아니다. 풀과 나무에 이슬방울을 매칠 정도, 아스팔트 위를 식혀줄 정도, 마른 흙이 날리지 않을 정도의 보슬비가 새벽녘에 내린다. 카우와 이 마지막날, 나의 버킷리스트로 하와이에서 달리기를 할 수 있었다. 그동안 시차로 인해 새벽에 일어날 수가 없었지만, 마음은 몸을 이끌고 나왔다. 늘 그렇듯 몸은 마음을 이길 수 없다.

두일이와 나란히 해변가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저 멀리 해안선 위로 붉은 태양이 올라오고 있었다. 서둘러 해안가 절벽으로 올라갔다.


파도가 세지 않아 벌써부터 서핑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관광객처럼 보이지 않았다. 현지인들처럼 보였다. 검게 그을린 젊은 사람들이 파도를 타고 있었다. 같은 시간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우리는 너무나 다른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여행을 하다 보면 더 많이 그것을 볼 수가 있다. 내가 보내는 시간과, 하와이 원주민들이 보내는 시간은, 그게 이상할리 없는 사는 모습이겠지만, 한 번은 그들처럼 자연을 온몸으로 느끼며 살아가고 싶다. 특별할 것도, 특별하지도 않은 않은 그런 삶이, 때론 한없이 부러워진다.


카우와 이의 공기는 퀄리티가 좋다. 그냥 숨만 줘도 건강해질 것 같다. 공기를 포장해서 물처럼 판매하는 때가 곧 올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아무것도 아닌 자연 그대로의 것들이 보물이 되어간다. 바람, 구름, 햇볕, 공기, 바다, 하늘, 나무, 별, 나열하자면 길다. 나를 붙잡는 것들이 많다. 삶을 가치 있게 만들어 주는 것들이 이곳에선 단순해진다. 어쩌면 산다는 건 아주 심플하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란 책을 보면 인간은 욕구에 대한 욕구가 생긴다고 한다. 예를 들면 일차적인 욕구에 의해서 지배당하지 않은 삶을 원하는 욕구란 것인데, 우리는 더 예뻐지기를 원하고 더 건강해지기를 원하고 부자가 되기를 원하고 더 맛있는 것을 먹기를 원한다. 하지만 이런 일차적인 욕구에 지배당하는 사람이 되지 않기를 또 바란다. 욕구에 대한 욕구는 계속해서 늘어간다.

카우와 이는 인간의 욕구를 건드린다.

생각이 지워진 자리에 일차적인 욕구가 채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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