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동행 이야기
리어카에 매달린 할아버지
인덕원 사거리에서 유턴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양방향으로 차도가 넓은 도로다 보니 늘 차량들이 많은 곳이었다. 유턴 신호에 맞춰 운전대를 돌렸다. 우회전으로 진입하는 차량들을 살펴가며 일 차선 방향으로 진입하고 있었다. 그때 차량 앞으로 일 차선 도로를 가로막고 있는 리어카 한대를 보게 되었다. 리어카 한대에 차곡차곡 반듯하게 쌓아 올린 박스들이 높다랗게 적재되어 있었다.
쌓아 올린 박스의 높이 때문에 한눈에 보아도 위태로워 보였다. 리어카를 피하느라 차량들은 그 옆을 지나면서 천천히 서행할 수밖에 없었다. 리어카 옆으로 지나치는 순간 리어카 손잡이에 매달려 있는 할아버지를 보았다. 리어카에 실은 박스의 무게가 무거워 리어카는 뒤로 넘어가 있었다. 할아버지의 몸무게로 간신히 누르고 있던 리어카가, 리어카의 무게를 이지지 못해 리어카 손잡이에 허리를 걸친 재 매달려 있었다. 할아버지는 몸을 앞뒤로 흔들어가며 리어카를 세우기 위해 온갖 힘을 주고 있었다. 그 순간만을 본다면, 무슨 운동이라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밖은 뜨거워진 아스팔트 위로 더운 열기가 펄펄 올라오고 있었다. 조금씩 비까지 떨어지고 있었고, 그 옆으로 차량들은 경적을 울리고 있었다. 차량을 한쪽으로 세워 둘 만한 장소를 찾아보았지만, 멀리 떨어진 버스 정거장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안타까운 장면을 백밀러러 보면서 조금씩 멀어져 가고 있었다. 그때였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지나가는 행인 두 명이 할아버지가 매달려 있는 리어카 앞으로 달려들었다. 그제야 리어카의 무게중심이 앞으로 힘을 받아서 수평을 만들어졌다. 할아버지 혼자서는 도저히 리어카를 운전할 수 없는 상태였다. 그 이후에 모습은 안타깝게도 볼 수가 없었다. 아마도 그분들은 할아버지가 가고자 하는 목적지까지 동행했을 거라 생각이 들었다. 그분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할아버지는 혼자서 몇 걸음 가다가 또 매미처럼 리어카에 매달려 있을게 뻔해 보였다. 온 힘을 다해 조금은 갈 수도 있겠지만, 방금 전처럼 힘이 떨어지면 리어카의 무게를 이겨내지 못했을 것이다.
폭염으로 한낮 기온이 40도까지 올라가는 요즘 같은 날, 할아버지는 리어카에 한가득 실려 있는 박스를 줍기 위해 얼마나 돌아다녀야 했을지, 가까운 편의점만 다녀와도 힘이 드는데, 할아버지가 높다랗게 쌓아 올린 박스더미는 더위 따위는 무시해 버려야 되는 생계였다.
폭염과 무더위, 쏟아지는 빗줄기를 맞으면서 리어카를 몰고 다니는 할아버지가 가던 길을 멈춰 세웠다.
그분들도 힘들었겠지만, 멀어져 가는 차량뒤 백밀러에 비친 훈훈한 모습은
한 편의 아름다운 인간시장이었다.
이런 분들 때문에 세상은 그래도 살맛이 난다.
근데 두 분의 천사는 어디서 나타난 걸까? 집으로 돌아오는 길, 리어카에 매달린 할아버지 생각이 계속해서 떠올랐다. 창밖으로 후드득 빗줄기가 거세지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지금쯤 짐을 내려놨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