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기고 싶은 핸디캡

습관 몸동작 핸디캡 이야기

by 둥이

숨기고 싶은 핸디캡


지금 생각해 보면 유 차장은 웃을 때도 입을 벌리지 않았다. 입을 벌리지 않고 웃는 게 이상하다고 느낀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유 차장의 말을 듣고서야 그 사람의 습관이 눈에 들어왔다.


알고 보면 우리는 다른 사람은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것들을 의식하며 살아간다. 그런 것들은 아주 사소한 것들 이여서 듣고 보면 "왜 그게 이상할까"라고 느낄 정도의 소소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남들은 전혀 알 리 없는 그날의 머리스타일이라든가, 비율상 허리가 길어 보이는 사람이 골반바지를 입지 못하는 사연이라든가, 유난히 허벅지가 두껍다고 느껴 치마는 절대 안 입는 직장인 이라든가, 오랫동안 알고 지내는 지인분들도 전혀 알지 못하는 것들에 휩싸여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은 평생 동안 이러한 자의식에 사로잡혀 그것을 보완해 줄 안전장치를 만들어내며 살아가는지 모른다.



유 차장이 그 말을 하기까지 난 유 차장의 생김새를 그다지 자세히 살펴보지 않았다. 그건 너무 당연한 것이어서 왜 그걸 몰랐어요라고 누군가 물어보기라도 한다면, 전혀 눈에 띠지도 않았으니 그냥 편하게 웃어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유 차장의 앞니는 180도 뒤틀여 있었다. 아마도 유 차장은 오랜 시간 의식적으로 입술모양에 신경을 썼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앞 이를 의식적으로 숨기기 위해 마흔세 개의 얼굴근육을 그 모양에 맞추어 훈련시켰는지 모른다. 평생 동안 몸에 밴 습관 때문인지, 유 차장은 웃을 때도 입을 벌려 환하게 웃지 않았고, 상대방과 대화를 한다거나 발표를 할 때도 눈동자를 바라보지 못하고 허공을 본다거나 바닥에서 무엇을 찾으려고 하는 몸동작을 자주 했었다.


유 차장의 이 완벽한 표정관리는 그동안 유 차장이 어색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해 주는 듯했다. 내가 생각할 때 뒤틀린 앞니는 유 차장이 오래도록 보이길 원치 않을 만큼은 아닌 듯 보였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개인이 가지는 자의식의 세계라, 누가 뭐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은 들지만, 그래도 아 그건 그렇게 심하지 않아 그러니 환하게 웃어도 돼라고 말해준다 해도 쉽게 고쳐지진 않는다.


두 개의 앞니 중에서도 왼쪽방향의 앞니가 바깥쪽으로 뒤틀여 있다 보니, 말을 할 때나 입을 벌릴 때도, 마흔세 개의 얼굴근육은 부지런히 입술근육을 조절해 왼쪽앞니를 덮어나간다. 유 차장의 몸동작은 이상한 각도로 고개를 숙여가며 어느 각도에서 이야기를 해야 되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렇게 자기 몸을 만들어 나갔다.


얼굴의 난 반점을 가리기 위해 앞머리로 얼굴 양볼을 가리는 여자들처럼, 오른쪽 얼굴과 왼쪽 얼굴 중에서 유난히 예쁘게 나오는 오른쪽 얼굴로만 사진 찍는 사람들처럼, 우리에겐 숨기고 싶은 것들이 있다.


아마도 유 차장이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면 누구도 쉽게 유 차장의 앞니가 뒤틀려져 있는지 알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날 점심을 먹고 편의점 앞에서

커피를 마시며, 우연히 듣게 된 이야기지만 난 그날 나에 대해서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난 얼굴이 다소 큰 편이다. 얼굴이 큰 건지 몸이 작은 건지 구분은 안되지만, 머리크기도 남들보다 크다 보니 캡모자가 맞는 사이즈가 없다. 이런 비율로 태어나다 보니 글쎄 옷태가 나지 않는 건 당연했다. 유 차장이 앞 이를 가리기 위해 몸에 베일 정도로 습관이 들은 것처럼, 나 역시 머리가 작아 보이게끔 하기 위해 머리손질을 하고, 거기에 맞는 바지와 옷을 골라 입는다. 단추가 세 개 달린 옷과 카라가 세워져 있는 옷은 목을 더 짧아 보이게 한다. 바지통이 너무 좁다거나 기장이 너무 짧다거나 색상이 밝은 바지를 입으면 상반신이 더 커 보인다. 비율의 저주, 살아가는데 이보다 더 불편한 게 또 있을까


오랜 세월 이런 비율은 나의 몸동작과 옷스타일을 만들어 나갔고 나의 습관과 표정에 지대한 영향을 끼쳐 지금의 나를 조각해 냈는지 모른다.


생각해 보면 숨기고 핸디캡은 결국 숨겨지지 않은 채 더 도드라져 그 사람을 그 사람이게끔 만들어 주었는지도 모른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