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연화 (花樣年華)

내 인생의 절정기

by 둥이

화양연화 (花樣年華)

내 인생의 절정기


가을 어느 날 벼는 노랗게 익어간다. 모두 다 같았을 리 없는 가을 햇볕을 받아가며 그렇게 서서히 익어간다. 낱알이 열리고 가을 햇볕이 따가웠을 어느 날, 그 많던 가을 햇볕 중에. 벼를 노랗게 물들이게 한 최고의 가을 햇볕이 있었을 것이다. 벼에게는 그날이 절정기다.


오월에 심겨 시월에 추수될 때까지 그 짧았던 어느 시간에 벼의 절정기가 숨겨져 있다. 아마 벼는 알 것이다. 어느 날 어느 햇볕이 나에게 색을 물들여 낱알을 살찌우게 했는지 그 많고 많던 날 중에 어느 한날을 기억할 것이다.


가을 햇볕에 사과가 익어간다.

빨갛게 익어가는 사과는 오늘이 절정기다. 모두 다 같았을 리 없는 가을 햇볕 중에 어느 한날 심장까지 물들게 하는 가을 햇볕을 받아 마침내 사과 한 알은 완성이 된다. 그때 사과는 자기의 시간을 알게 된다. 지금이 절정기라는 걸,


가을이면 알게 된다. 내 인생의 절정기가 언제였는지를, 아마도 똑같았을 리 없는 수많은 시간 중에.


아마도 내가 살아온 시간 중에,

혹은 지금 현재의 시간이,

내가 걸어가고 있는 지금이라는 시간이 나에겐 절정기라는 걸,

지나갔거나,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이거나, 누구에게나 찬란하고 화려한 절정기가 찾아온다.


사과가 빨갛게 익어가듯 나의 인생도 익어 간다. 인생의 모든 시간이 절정기가 될 수 없음을 알기에 어느 시간 어느 순간이 내게 있어. 절정기라는 걸 안다는 것만으로 겸손할 수 있다.


이 시간이 지나면 곧 사과가 떨어질 것이다.


누구에게나 인생의 가장 좋았던 시절은 있다. 어느 시간이 가장 좋았다고 해서 그것이 인생의 절정기는 아니기에,


가을이면 알게 된다.

네 시간의 위치를, 내가 지금 어디 서 있는지를, 그리고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를, 가을이면 알게 된다.

내 인생의 절정기가 언제였는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