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치유
말(言)
평온했던 하루였다.
적어도 그 말을 듣기 전까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무심할 것 같은 마음은 단순한 한 마디의 말로 쉽게 무너진다. 그런 말들은 어쩌면 극히 개인적인 것이어서 그 사람의 재능이나 됨됨이나 어제저녁 거울을 보고 한껏 골라 입은 베이지색 트렌지코트가 어울리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처럼, 마음에 닿아 착색해 버리는 말들을 들었을 때이다.
남들에겐 별것 아닌 말들이지만, 이상하게도 나를 평가하는 모든 언어에 마음은 쉽게 예민해진다. 아무렇지도 않은 쉬운 말일 수 도 있지만 그게 말처럼 쉽게 흘러가지 않는다. 오후 내내 마음에 남는 말들은 한 시간 두 시간 그렇게 자리를 비우지 않는다. 다른 언어가 들어오지 못한다.
그날 오후 점심을 먹으면서 그 말을 들었다. 어쩌면 그분은 별 뜻 없이 궁금해서 물어본 말일수도 있다.
" 원래 그러세요 "
어떤 말은 마음을 흔든다.
또 어떤 말은 흔들리는 마음을 단단하게 붙든다. 한마디의 말은 순식간에 감정에 휘감긴다. 호흡과 맥박이 빨라진다. 마치 단거리 달리기 선수처럼, 한마디의 말은 모든 걸 잡아 삼킨다. 잔잔한 호숫가에 돌을 던진다. 잔물결이 일렁인다. 누군가 던진 한마디가 마음에 닿는 순간, 세상은 변한다.
그게 말이다.
언어는 강한 송곳이 되어 단단할 리 없는, 여린 마음 구석을 찌른다. 일정한 속도로 마음이 무뎌질 때까지 그 자리를 비우지 않는다. 비우려 해도 비워지지 않는 게 마음이어서, 그럴 때면 집착하듯 책을 잡는다. 에밀졸라의 언어 속으로 도망치듯 생각을 구겨 넣는다.
마음 위에 연고를 바르듯, 밴드를 붙인 듯, 새근새근 잠든 아기의 호흡처럼, 마음은 다시 말로 치유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