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운전을 하면서 생긴 일
개 이야기
39번 국도를 달리는 중이었다.
가을비가 일주일째 내리고 있었다.
곧 겨울이 올 것 같았다.
차창문을 닫으려는 순간 옆 차선으로 까만 승용차가 바짝 다가섰다. 까만 승용차는 자기 차선을 따라 운전 중이었고, 차가 막히는 구간이라 39번 국도를 따라 이어진 풍경을 가리고 있었다. 난 조금은 언짢은 기분이 들어 그 차보다 조금 늦게 가기 위해( 가을 풍경을 보기 위해) 옆차보다 서행하기 시작했다. 까만 승용차가 조금씩 앞으로 지나가려는 순간, 난 뒷좌석 창문으로 걸쳐 있는 하얀색 개를 보게 되었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창문을 조금만 열어놔서 머리만 내놓을 수 있게 하는 게 안전상으로도 좋았겠지만 어찌 된 일인지 차주인은 뒷좌석 창문을 하단까지 다 내려놓았다. 그 덕분에 덩치도 꽤 큰 하얀 개는 거의 상반신을 다 밖으로 내밀다시피 해서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문제는 뒷좌석의 개가 얼핏 보았는데도 서 네 마리는 돼 보였다. 양옆 창문으로 모두 상반신을 내밀고 있는 듯했다. 보기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흔히 볼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난 가을풍경 보는 걸 잊은 채, 위험한 자세로 창문에 걸쳐있는 덩치 큰 하얀 개들을 바라보았다. 하얀 털이 바람결에 펄력였고, 표정이라곤 읽을 수 없는 표정으로, 바람을 맞고 있었다.
나는 운전을 하면서 개를 좋아하는 분이시네 생각을 하며 까만 승용차 옆에서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며, 가을풍경 보는 걸 잊은 채, ( 가을 풍경보다 더 재밌는) 운전을 했다.
아무리 개가 좋아도 저렇게 큰 개를 뒷자리가 꽉 찰정도로 태우고 다녀야 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영역이다. 개나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이런 풍경이 이상할 리 없는 아름다운 모습일 것이다. 여하튼 그렇게 까만 승용차는 조금씩 멀어져 가고 있었다. 중간중간 끼어드는 차량도 있었고, 또 신호에 걸리기도 하다 보니 어느새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렇게 하얀 개들이 위험스러운 자세로 세상 풍경을 구경하는 것도 잠시였다. 얼마 안 가 차가 움직이지 않았다. 천천히 느리게라도 서행하던 차들이 한 차선으로만 깜빡이를 켜고 끼어들고 있었다. 차사고가 났던가 화물차에서 적재물이 떨어졌겠지 하며, 빨리 가는 것을 포기한 체 앞만 보고 있었다.
그때 한 차선을 가로막고 있던 정체의 원인이 눈앞에 나타났다.
내 옆차선 까만 승용차 주인은 비상깜빡이를 켜고 커다란 개를 다시 창문으로 집어넣고 있었다. 차문을 열고 개를 넣으면 간단하겠지만, 차 안에 개들이 쏟아져 나올까 봐 무거운 개를 가슴팍으로 밀고 있었다.
개주인의 행색은 남루해 보였다. 헝클어진 머릿결 목이 늘어난 까만색 면티 무릎모양이 동그랗게 올라온 검은 운동복바지 갈색 슬리퍼
어깨선까지 내려오는 하얀색 단발머리는 정돈되지 않은 채 헝클어져 있었고, 그나마 힘이 들었던지 머리로 개를 밀어내고 있었다.
나는 서서히 깜빡이를 켜고 옆차선으로 끼어들었다. 그리고 운전석 옆좌석에 가득 실려있는 개들을 볼 수 있었다. 뒷좌석에 있는 개들 보다는 덩치가 작은 개들이었다. 여러 종류의 개들이 앞자리와 운전석 앞창문에도 앉아 있었다.
그러니까 정확하게는 운전석 공간만 빼고는 차 안은 빼곡히 개들로 채워져 있었다.
무슨 사연이라도 있는 걸까
개를 사육하는 분으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까만 그랜져 승용차 안에는 정원을 초과한 개들이 짖고 있었다.
도와주기라도 해야 되는 걸까
옆으로 지나가는 차량들은 클랙슨을 누르기 시작했다. 그 소리에 더 놀랐는지 덩치 큰 개들은 입을 벌려 짖어댔다. 달리 도와줄 방법도 없어서 그냥 백밀러로 멀어지는 까만 승용차를 바라만 봤다.
운전을 하면서 안타깝기도 했고, 또 궁금하기도 했다. 창문에 걸쳐 있던 개들이 그만 가을풍경에 심취돼 차 밖으로 뛰쳐나온 건지, 그게 아니라면 위험해 보여서 차를 세운건지, 확인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다시 한번 까만 승용차가 내 옆에 서기라도 한다면 꼭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도와 드릴까요?"
"하얀 개들이 뛰쳐나온 건가요" "사람처럼 안전벨트를 채워야 될 것 같은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