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이야기
작작 좀 해
어느 날 아내가 말했다.
"작작 좀 해"
난 그 말이 무슨 말인 줄 알면서도, 평소에 자주 듣지 못한 말이기도 해서 아내를 바라보며 눈썹을 들어 올렸다. 마치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한 사람처럼, 어깨를 살짝 올리며, 부연 설명을 기다렸다. 아내는 설명도 귀찮다는 듯 방문을 열고 안방으로 사라졌다. 안방문을 열고 무슨 말이냐며 물어볼까도 했지만, 이상하게도 이런 상황에서 만큼은, 그동안 아내에 길들여진 나의 성품이 빛을 발하게 된다. 그리곤 읽던 책을 덮고 방금 전의 상황을 십 분 단위로 생각해 본다. 아내는 요즘 열두 살이 된 아이들 교육에 예민해져 있다. 거기에 갱년기까지, 아내의 민감한 더듬이에, 책만 읽고 있는 남편이 좋게 보일 리 없었다.
이런 상황을 한마디 말로 정리해 주는,
"작작"이라는 부사가 있다.
사전상 의미는 "너무 지나치지 아니하게 적당히. 남이 하는 짓을 말릴 때에 쓰는 말이다."이다. 여기서 중요한 부분은 "남의 하는 짓을 말릴 때에 쓰는 말" 즉 남의 하는 짓이 보기 싫다거나 과하다 싶을 때, 사용하는 작작해라는 말은, 적당히 해 라거나 어지간히 해라 라는 말보다는 좀 더 세게 다가온다.
작작이라는 말은 같은 단어가 두 번 들어가다 보니 의도치 않게 강하게 들리기도 한다. 적당히나 어지간히라는 유의어도 있지만, 우리는 작작 이란 말을 종종 쓰게 되거나 듣게 된다.
기억에는 없지만(아마도 살아오면서 많이 들어왔던 말일 수도 있지만) 난 가끔 아내에게 저 말을 듣는다. 아이들도 요즘 들어 자주 듣는다.
"과유불급"
아무리 좋아서 하는 일이라도 아내의 심기를 건드려서는 안 된다. 눈치를 봐가며 적당히 해야 된다. 그게 골프든, 책 읽기든, 회사일이든, 아내의 눈밖에 났다가는 오래 할 수가 없다.
오래도록 좋아하는 것을 하려면, 적당히, 과하지 않게, 음악템보로 말하자면 프레스토와 안단테의 중간정도의 보폭, 모데라토의 빠르기로, 너무 느리지도, 과하게 빠르지도 않은, 인생을 좀 더 윤기 있고 찰기 있게 만들어 주는 선택은 " 작작"이라는 부사에 있었다.
그래 오늘부터라도 "작작"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