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의 행복

어느 가을 산책길 이야기

by 둥이

걷기의 행복

아파트 단지로 둘러싸인 집 앞에 얕은 산이 하나 있다. 수리산 자락과 떨어져 있는 작은 산은 아파트 단지로 둘러싸여 있다.


군포 시청과 맞닿아 있는 얕은 산 안에는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산책로가 잘 놓여 있다. 여러 종류의 운동기구와 배드민턴장이 산 정상에 구비되어 있다.


이걸 산이라고 해야 되는지 구분은 안되지만 그렇다고 산이 아닌 것도 아니어서 동산보다는 크고 수리산보다는 작은 한 높이 몇십 미터가 될까 하는, 그 정도 규모의 야산이다.


이름 있고 산봉우리가 높은 정경이 좋은 산은 아니지만 그 안에는 온갖 종류의 나무와 상수리나무 도토리나무 밤나무 참나무와 소나무 그야말로 없는 나무들이 없는 울창한 산림을 이루고 있다. 덩치와 규모는 작지만 산으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그 안에는 울창한 산림에서 불어오는 신 냄새 낙엽 냄새나무냄새와 흙냄새 바람 냄새가 가득 풍긴다. 그 안에서 불어오는 산 냄새는 그야말로 기가 막혀 가는 사람을 불러 세운다. 앞산 옆 인도 길로 걸어가는 사람들도 아마 한 번쯤은 가던 길을 멈춰서 산안에서 불어오는 냄새를 한참은 들어마셨을 것이다. 나는 가끔 아니 자주 이 산책길을 걷는다.


점심밥을 먹고 걷기도 하고 생각할 거리들이 있으면 책 하나를 들고 산속으로 들어간다. 그 산은 오르기 험하다거나 깊은 산이 아니어서 30분 정도 산책을 하면 산 안을 두루 돌아다닐 수 있다. 산 정상위에는 한얼 공원이라는 작은 공원에 있는데, 아침저녁으로 많은 주민들이 올라와 운동을 한다. 나는 아이들과 이 앞산에서 사슴벌레와 장수풍뎅이를 잡고 산책도 하고 추억이 많이 있다. 집 앞에 쉽게 오를 수 있는 이런 작은 산이 있다는 게 어지간히 감사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산 정상에 있는 한얼공원으로 올라가는 산책길은 싼 둘레로 여러 군데서 올라갈 수가 있다.


그중 산본천로 방향에서 나무 계단으로 만들어 놓은 산책길은 360 계단 정도가 된다. 산책길에는 계단 하나에 1 cal씩 360 계단을 오르면 360 cal가 소비된다고 적혀있다. 어떤 사람들은 산책길 위에 만들어 놓은 나무 닥트 계단을 보고 자연을 훼손한다고 항의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무 닥트 길을 만들어 놓으려면 적어도 나무 몇 그루는 베어내야 할 정도의 공간 확보가 필요했을 것이며 산책길을 걸을 때 흙길 위에서 나는 바스락거리는 소리는 들을 수 없어서 산책 다운 산책을 할 수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자갈길을 걸을 때 들려오는 이 운치 있는 소리가 나무 닥트길을 걸을 땐 들을 수 없다. 그건 산책을 하는 중요한 이유 중 가장 중요한 것을 포기해야 되는 것 일 수도 있다. 사람들마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게 다를 수 있다. 실제로 걷는 운동량만큼이나 이런 청각적인 감성과 시각적인 운치는 걷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 산책은 모든 감각세포가 만들어 주는 오케스트라 합주곡 같은 것이어서 어느 하나를 쉽게 포기할 수가 없다.


귀에 와닿는 발자국 파동과 홍채 속으로 담기는 가을색의 영롱함은 걷는 즐거움을 배가시키기에 충분하다.


걷기에는 편하고 안전상으로도 좋다고 하지만 낙엽과 흙길을 걷는 운치는 느낄 수가 없다. 내 입장에서야. 흙길이건 나무 계단이건 상관없다지만 한편 자연을 생각해 보면 약간의 편리함을 포기하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흙길과 돌계단으로 만들어 놓은 산책로가 더 운치 있고 걷는 재미도 좋지만 나무 계단으로 만들어 놓은 산책로 역시 비가 오거나 눈이 올 때는 이것보다 안전한 산책길은 없다고 생각한다. 나무 닥터 기를 만들 네 최소한의 공간 확보와 무분별한 산림 벌채를 피해 가며 산책길을 만들어 놓은 것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너무 닥터끼리 그렇게 구불구불 이어져 있지 않았을 것이다


최대한 그루터기 나무를 피해서 오르락내리락 옆길로 돌아가는 산세를 따라 만들어 놓은 산책길은 걷기에 좋았다


얕은 산 중턱을 가로질러 새로 놓은 산책길을 걸었다. 평소 그 길로 거닐던 작은 오솔길 위에 나무 닥트 길을 만들어 놓았다. 산책길로 접어들자 낙엽 냄새 흙냄새, 들어마시면 건강해질 것 같은 기분 좋은 향기가 나를 감쌌다.


산책로 중간쯤에 있는 나무 의자에 앉았다. 오후 네 시 삼십 분, 간간이 바람이 불어왔고 하루해가 나뭇잎 사이에 걸쳐있었다. 나쁘지 않았다. 그 순간이 좋았다.


그대로 시간의 흐름을 바라보는 것,


마음이 평온한 시간, 하루해가 저물고 있었다.

그렇게 나무 의자에 앉아 가을을 보았다. 더 이상 아무것도 필요치 않았다. 그 시간이 너무 좋았다.


행복해지는데 많은 게 필요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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