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크스 습관 이야기
몸 따로 마음 따로
그날도 거실에서 책상에 부딪혔다.
언제나 같은 자리 거실을 오가며 벌써 몇 번째인지 오른쪽 엄지발가락이 빨갛게 부어올랐다. 늘 조심한다고 주의하고 있지만 같은 자리, 같은 장소 마치 교통법규 위반 딱지가 같은 장소에서 날아오듯이, 하루에도 몇 번씩 나의 발가락은 여기저기 부딪친다.
책상다리에 발가락이 부딪치는 경우를 막을 수가 없다. 그렇다고 급한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고작 서재에 있는 돋보기안경을 가지러 가다가 부딪치거나 하는 날엔 은근히 화도 난다. 이런 건 부주의해서라기보다는 그냥 사고처럼 어느 날 나에게 닥치는 일 중에 하나여서 화낼 일도 아니다.
밥을 먹다가 혀를 깨물거나 입술을 씹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상한 건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연속으로 몇 번을 같은 부위가 씹히다 보니 피가 나고 딱지가 안는 경우도 있다. 누구에게 화도 못 내고, 기가 막히기도 하고, 머리를 쥐어박다가 실성한 사람처럼 소리 내어 웃기도 한다. 누가 때린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어디에 부딪힌 것도 아니다. 내 이빨이 나의 입술에 상처를 낸 거라 어디 하소연도 못한다. 그럴 땐 그냥 두개골 속에 갇혀있는 1.3kg 뇌가 나로 보여 머리를 쥐어박는 걸로 화를 누구려 트린 다. 순식간에 유체이탈이 이루어진다. 나에게서 떨어져 나간 또 다른 내가 나를 혼내고 꾸짖는다. 자학개그가 따로 없다.
이런 경우는 수도 없이 많아서 하나하나 기억나는 대로 적어보자면,
우선 칫솔질을 하다 보면 성격이 급해서인지 모르지만 종종 오른손의 힘 조절이 너무 약하거나 셀 때도 있다 보니, 칫솔모가 입천장을 찌르거나 입술 밖으로 튀어나가 왼쪽 턱밑으로 허연 치약 자국을 그려놓은 경우도 있다. 칫솔모를 오른쪽에서 왼쪽 방향으로 돌릴 때도 가끔 손에서 칫솔을 놓쳐 바닥에 떨어뜨리거나 까만 옷에 떨어져 한참을 치약 자국을 없애느라 애먹은 적도 있다.
이런 일은 주기적으로 자주 일어나는 일중에 하나여서, 그럴 때마다 짜증은 나지만, 일단 수반되는 통증이나 뒤탈이 없어서 인지, 치약 자국을 없애는데 신경을 쓴다.
그다음으로 빈번하게 일어나는 실수는 화장실에서 일어난다.
안방 화장실에 비데 변기는 왼쪽으로는 벽 오른쪽으로는 세면기가 바짝 붙어있다. 나 아닌 아내나 애들도 그런 실수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난 볼일을 끝내고 뒤처리를 할 때, 오른손 팔꿈치가 세면대에 부딪친다. 부딪치는 것도 그냥 살살 부딧친다면야 통증도 없어서 별 이상도 없겠지만은, 대부분 쿵 소리가 날 정도여서, 팔꿈치에 통증이 몰려온다. 거의 동시에 통증보다 더 참기 힘든 짜증이 몰려와서, 왜 아파트 설계자는 이렇게 화장실 구조를 뽑아놨는지, 왜 매번 오른쪽 팔꿈치가 세면대에 부딪치는 건지, 구시렁댄다.
언젠가는 건설사 설계팀에 이런 애로 사항을 메일로 보내리라 다짐을 한다.
이런 일은 세수를 하면서도 종종 일어난다. 양손으로 비누거품을 얼굴에 문지른다. 위에서 아래로 피시방이 많이 묻어있는 코 주변으로 더 세심히 검지에 힘을 주면서 피지를 닦아내다 보면, 그만 여기서도 힘 조절에 실패한 오른손과 왼손의 손가락들이 콧속으로 깊숙이 들어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살살 조용히 아무렇지도 않게 손가락이, 내 자의에 의해서 들어가는 경우가 아니었기에, 깜빡이도 켜지 않고 깊숙이 들어온 손가락은 예민한 코 점막층에 상처를 남기기에 충분했다. 어찌나 아팠던지, 이어지는 통증을 참아가며 얼굴에 묻어있는 비누거품을 닦아내다 보면, 아 나는 왜 매번 이런 실수를 반복하는지 한탄하게 된다. 자주 코를 후비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충분히 코 점막을 보호하며 코 청소를 하는 거여서, 이런 경우와 비교 자체가 안된다.
가끔 머리를 감거나 샤워를 한 후 거울을 봤을 때 하얀 비누 거품이 오른쪽 귀보 위에 동그랗게 묻어 있었다. 아무리 깨끗이 씻어도 왜 항상 같은 자리에 비누 거품이 묻어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신기하다면 무척 신기한 일이다. 인체의 신비일 수도 있고, 신체구조상 그럴 수도 있고, 샤워 습관이 잘못된 걸 수 있다. 유독 오른쪽 귓불이 넓을 수도 있다. 곰곰이 생각은 안 해봤지만, 그렇다고 중요한 것도 아니어서, 다시 샤워실로 들어간다.
밥을 먹다가도 입천장이 까지거나 입술이 디는 경우도 종종 있다. 식탐이 많은 편이라 허기가 지면 충분히 씹지 않은 채 삼킨다거나 뜨거운 국물을 후르르 들이켜다 식도에서 위장까지 음식이 내려가는 느낌을 정확히 느끼기도 한다. 그건 꽤 끔찍한 경험이다. 생각 없이 덥석 입안으로 집어넣은 뜨거운 두부는 위치 추적기가 되어 식도에서부터 위장까지 이동거리를 정확히 알려준다. 정확한 GPS 장비가 되어 온몸을 휘젓는다. 아득히 먼 데 있는 장기의 통증이 그대로 전해진다.
하루가 다르게 늙어만 가는데, 몸은 생각처럼 움직여 주지 않는다. 슬픈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