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는 이야기
혼자 먹는 밥을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나이가 들수록 혼자 먹게 되는 경우가 많아진다. 물론 혼밥과 혼술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난 될 수 있는 한 혼술을 하지 않는다. 살다 보면 어쩔 수 없는 불가피한 경우가 늘 생기기 마련인데, 그런 경우를 들자면,
전화를 받다가 사무실에 혼자 남겨지게 되는 경우라든가, 회의가 길어져 식사 때를 놓치는 경우라든가, 아침으로 먹은 현미밥이 소화가 안 돼 속이 더부룩하다거나, 이도 저도 아니라면 그냥 밥맛이 없는 경우라든가, 이럴 때는 어쩔 수 없이 혼자 밥을 먹게 된다.
어제도 그런 흔치 않은 경우였다.
11월 말이었고 이제 가을이라 하기엔, 바람의 냄새가 달라져서, 이제 겨울이네 하는 말이 더 잘 어울리는, 그런 한기가 느껴지는 날이었다.
수요일은 애들이 학원에서 늦게 들어오는 날이라 밖에서 저녁을 먹고 들어가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그냥 애들은 핑계일 수도 있었다.
어쩌면 바로 그날 그 흔치 않은 혼밥이, 이상하리 만치 생각이 났는지 모른다. 그렇게 난 주술에 끌려가는 사람처럼 만복 순댓국 집으로 들어갔다. 이 집이 그나마 혼밥 하기에 좋은 이유는 커다란 창가 앞으로 일인용 자리를 일렬로 배치해 둔 터라,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은 채,
별 고민 없이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
이었다. 일본 식당에서 자주 봐왔던, 혼자 식당을 찾는 사람들을 위해, 창밖을 보며 느긋하게 밥을 먹을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들어 놓은, 그런 안성맞춤인 식당이었다.
난 비어있는 일 인석 자리에 앉아 순대 국밥과 맥주 한 병을 시켰다. 그때까지만 해도 난 오롯이 혼술은 조용히 여유 있게 즐기면서 먹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의식 같은 것은 아니지만,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나의 착각이었다. 순댓국집이 조용할리야 없겠지만, 늘 예상치 않은 일들과 세상 모든 넋두리는 순댓국집 밥상 앞에 모인다는 걸, 순댓국집을 들어서기 전까지는 잊고 있었다. 전략의 실패라기보다는 선택의 실수였다.
그렇게 내가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뒷자리에 6명의 중년의 남자분들이 떠들썩하게 나누는 인생사 넋두리가 들려왔다.
일부러 들으려고 하지 않아도 중년의 남자들은 주변을 전혀 의식하지 않은 채 신세한탄을 하고 있었다. 그것도 온 힘을 다해 소리치듯, 대화를 하고 있었다. 반은 이미 주정에 가까웠지만, 말은 흐트러지지 않았다.
서로를 이름으로 부르기도 했고 형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64년생과 62년생 그리고 다른 두 분은 63년생들이었고 다들 평생을 몸담았던 직장에서 은퇴를 한 분들이었다. 언제나 그렇듯 이런 분위기에서 라테는 말이야가 다투듯 나왔고, 서로의 생활고를 들어주며 위로를 해주고 있었다. 몇몇은 머리 손질을 제대로 하지 않아 뒷머리가 눌려 뭉쳐있었고 그마저도 하얀 머리가 더 나이 들어 보이게 했다. 삶의 끝으로 밀려난 60대 중반의 중년들 이였다. 난 그분들의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었다. 어쩌면 다음이 나인 듯도 해서일까 두 귀는 아까부터 소음에 가까운, 말들이 섞여 알아듣기 힘든 대화를, 하나하나 솎아내며 듣고 있었다.
저렇게 슬픔을 나누는 걸까 오래전 직장동료들 일 수도 있고, 동호회 동료이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동네 사람들 일 수도 있다. 여섯 명의 중년 남자들은 크게 소리치며 내 말을 들어보라며 허공으로 손을 흔들었다. 어둠 창문으로 비치는 그들의 모습은 한 편의 영화처럼 눈에 들어왔다. 그들은 더 이상 갈 곳도 밀려날 곳도 없다고 했다. 하루를 보내는 게 힘들 때가 많다고 했다. 술값을 나눠내자며 누가 더 많이 낼 거냐며 여기저기 손사래를 치며 고함을 쳤다. 한 분이 조용히 일어나 계산을 하고 왔다. 십이만 원 여섯 명이 먹은 순대 국밥과 12병의 소주 다섯 병의 맥주 어쩌면 소박한 식사였는지 모른다. 아마 저분들은 혼술보다는 함께 모여 술을 먹어야 했는지 모른다.
그분들이 뒤엉켜 사라진 뒷자리가 조용해졌다. 더빙 영화가 끝나기라도 한 것처럼,
그제야 제대로 된 혼술이 시작되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씁쓸했다. 혼자 먹는 술이 목에 탁 걸려 넘어가지 않았다. 방금 전까지 만해도 부드럽게 잘 넘어가던 맥주였는데,
조용한 뒷자리에 누군가 앉아있기라도 한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