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고추가 빨갛게 익어갈 때쯤이면 매미 소리는 그 끝을 보겠다는 심정으로 가진 온 힘을 토해내 거침없이 울어댄다. 저 정도면 되었겠지, 충분히 울었어, 이제 그만해도 돼.. 하지만 매미는 이해의 범위를 가뿐히 뛰어넘는다. 가로등도 네온사인도 흔치 않았던 시절에 매미는 여간해서 잘 잡히지가 않았던 곤충이었다. 거미줄로 칭칭 걷어올려 만든 매미잡이에 매미는 잘 걸려들지 않았다. 매미는 먼발치 발자국 소리만 들어도 그 울음을 멈추었고 아무리 찾아보아도 매미 그림자도 찾을 수가 없었다. 어릴 적 우리는 그냥 매미 잡으러 돌아다니는 것이 좋았었다. 매미는 잡을 수 없었지만 친구들과 온 동네 느티나무와 참나무를 올라타며 고개를 하늘로 쳐들고 다녔었다.
요즘 우리 아이들은 학교를 오가며 아파트 단지 내 울어대는 매미들을 덥석 덥석 손으로 잡는다. 요즘 매미들은 야생성이 떨어진 건지, 도시 불빛에 익숙해진 건지, 나무 밑단에 붙어 있다가 아이들의 키 작은 손가락에 잡혀 나간다.
바야흐로 매미의 수난 시대다. 그렇게 울어대는 수컷 매미들은 암컷매미를 만나기도 전에 아이들에 손에 잡혀 나간다.
아파트 단지 내 이른 새벽, 푸른 어둠이 엷어지기 시작한다. 이른 새벽 푸른 어둠 사이로 매미들은 울고 있었다. 그보다 더 짙은 어둠 속에서도 매미들은 울고 있었고 그렇게 온 밤 목청을 달구었다.
그 저녁 수컷 매미의 울음소리 사이로 수컷 풀벌레 울음소리가 조금씩 장단을 맞추어 들려오기 시작했다.
긴긴밤 모든 수컷들의 울음소리가 묵직하고 웅장하게 무리 지어 피어나고 있다.
일주일에 두어 번 퇴근 후 새벽까지 택배 알바를 하고 있는 사오십대 가장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백오십 많게는 이백정도의 밥벌이를 위해 새벽까지 택배 알바를 한다. 모든 아버지들은 오늘도 출근을 한다. 모두가 잠든 밤, 보이지 않는 어두운 곳에는 치열하게 살아가는 아버지들이 있다. 녹록지 않은 돈벌이의 시간, 꿈이 아닌 현실을 사랑하는 그들은 밤늦도록 일을 놓지 못한다.
깨어있는 모든 수컷들의 울음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려오는 건 매미나 풀벌레나 사람이나 매반 다르지 않았다. 모든 수컷들의 시간은 그렇게 크게 다르지 않은 울음소리로 가득 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