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우체통

by 둥이

빨간 우체통

어제는 횡단 보도를 건너기 위해 신호등 앞에 서있었습니다. 매일 오고 가는 길이였기에 별 생각이 없었었죠. 그냥 무심히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고 있었지요. 방금전 녹색 신호가 바뀌어서 조금 기다려야 될듯 했습니다. 그때 오토바이 한대가 신호등앞에 서더군요. 우체국 집배원 이였습니다. 그냥 가는길인가 보다 했는데 한쪽으로 오토바이를 세우더니 내리더군요.

집배원은 신호등 앞에 있는 우체통으로 걸어 갔습니다. 열쇠 뭉치에서 열쇠 하나를 신중하게 고르더니 우체통을 열었습니다. 그때쯤 신호가 바뀌어 녹색등이 들어왔습니다. 순간 고민하다가 우체통안이 궁금했습니다. 그렇타고 고개를 내밀어 쳐다볼수도 없었습니다. 저는 핸드폰을 들고 전화가 걸려온듯


"여보세요 네네"


하며 횡단보도 옆쪽 정확히 우체통 앞으로 가서 전화 받는 연기를 했습니다.


나의 시선은 우체통 안으로 향했습니다. 우체통안은 휭하니 텅 비어 있었습니다. 아무것도 없었죠.


집배원은 그대로 오토바이로 가더니 스프레이와 헝겊을 가지고 왔습니다. 텅빈 우체통 안에 스프레이를 뿌리더니 헝겊으로 닦아 냈습니다. 딱히 먼지도 없어 보였는데 정성스레 몇번을 닦아 냈습니다. 그렇게 몇번을 닦아내고 우체통을 닫았습니다. 전 그때까지 통화 하는 시늉을 하고 있었죠.

집배원은 그냥 가기가 그랬던지 우체통 외부를 한번씩 쓱 쓱 닦아 주었습니다. 마치 등교하는 아이들 까만 머리통을 쓰다듬어 주듯이 말이죠. 집배원에게 텅빈 우체통은 그렇게 쓰다듬어 주고 싶은 존재 였나 보네요. 우체통을 열어보고 한통이라도 편지가 있다면 얼마나 반가울까요 또 얼마나 소중하게 간직할까요 우체통을 열때마다 집배원은 어떤 생각을 할까요

그냥 직업이니까 메뉴얼 데로 하는걸까요 아닐거라 생각했어요. 우체통안을 닦고 쓰다듬어 주는 집배원을 본 순간 적어도 우리에게 오는 우편물들에 스며든 정성을 보게 되었어요. 아마도 텅 비어가는 공중전화 처럼 우체통도 그렇게 비어갈듯 해요. 아날로그가 그리워 지는건 이런 텅빈 것들이 많아져서 인지도 몰라요. 우리 마음도 텅 비어지는듯 해서요.


지나가다 여러번 보았을 우체통 이였을 텐데요 우체통안까지 보게 되다보니 그 옛날 감성이 뭉실 뭉실 피어 오르네요.


지금이야 편지를 쓰는 경우가 거의 없지만 핸드폰이 없던 시절에는 편지 왕래가 많았었죠. 저도 매학기 학교에서 보내주던 성적표가 우편으로 도착할때 쯤이면 온종일 집앞을 서성이며 집배원 아저씨를 기다린적이 있었습니다. 멀리서 오토바이 소리가 들리면 제일 먼저 달렸 갔었죠.



녹색 신호등이 들어왔어요.

횡단보도를 건너기 전에 저도 우체통을 쓰다듬어 주었어요. 오고가며 쓰다듬어 주어야 겠어요. 빨간 우체통이 방긋 웃는듯 하네요. 이게 뭐라고 기분이 좋아지는 걸까요 인생을 풍요롭게 사는건 어렵지 않아요. 눈에 보이는 모든것에 반응하며 집배원 처럼 그렇게 따뜻하게 쓰다듬어 주세요. 그 순간 모든게 달라질거예요. 지금 바로 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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