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를 안다는 것의 철학적 의미
철학적 의미를 찾는다는 것은 어떤 대상의 표면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겨진 본질을 이해하는 것과 관련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나의 관계, 지식, 삶에 대한 굵직한 질문들을 하고 살아왔던 것 같다. 그 문제들이 쉽게 풀리면 쉽게 풀리는 대로, 어렵게 풀리면 어렵게 풀리는 대로 그 길에서 함께 있어왔다. 사실 어렵게 풀릴 때는 회피하고 도망갈 준비를 항상 하면서 살기도 했다. 언제든 내가 갈 수 있는 장소를 만들기 위해서 말이다. 즉 문제에 완전히 직면하지 못했고 어렵고 힘드니 그것에서 피하기 위한 나의 조그마한 노력이었는지도 모르겠다. ^^;; 한없이 부끄럽다. 그러나 이제는 그러한 나의 나약했던 마음으로 행했던 행동이 나에게 미안하고 반성을 해야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두려움에 직면하면 나 자신을 가장 잘 알 수 있다는 말은 내가 나이가 먹어가면서 내안의 문제가 풀리지 않을 때 정말 그 문제를 푸는 일이 간절했을 때 행했던 행동을 통해 터득한 지혜이다. 두려움에 직면하면서 나는 나에 대해 알아가는 것 뿐만 아니라, 세상의 겉면을 긍정적으로 보았던 순진했던 나의 시각에서 벗어나고 세상의 본질을 조금은 바라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 본질은 썩 즐겁거나 좋지만은 않았다. 그러나 그저 그런 본질 안에서도 나는 긍정하는 힘이 나의 삶을 조금이나마 풍부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깨쳤다. 혼란 속에서도 긍정을 하는 일은 너무 어렵다. 하지만 그것에 조금 기대면 세상이 달리 보일 수 있다. 그 덕분에 지금도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 나는 나, 인간, 세상, 지혜에 대한 관심이 더 많아졌고, 삶에서 나에게 던지는 문제들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를 두려움을 품은채 드러내기 시작했다. 나는 이러한 경험을 통해 표면이 아니라 본질을 파악하는 눈을 갖게 되었다.
'자신을 알아간다'는 것을 철학적으로 생각해 본다는 것은 자신을 알아간다는 현상에 대해 본질적으로 생각해 보는 것이다. 자신을 알아가는 것은 시간이 흐르면 그냥 되는 것이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생각보다 자기를 알아가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자기를 알아가는 일은 나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길이며, 복잡하고 이해 안되는 일들로 분열된 나를 전체로 통합하는 과정이기도 하며, 그 과정을 통해 깨친 후에 오는 책임감과 함께 전체의 삶을 이해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첫째, 있는 그대로 나를 수용한다는 것은 나를 알아간다는 의미이다. 나의 이야기를 예로 들자면, 항상 잘하지 못한다고 불안해 하는 내가 있었다. 무엇이든 잘해야만 했다. 모두들 있을 것이다. 그런 마음이. 자신이 하는 일을 잘 하고 싶고, 더 성장하고 싶고, 인정받고 싶고 하는 그런 마음들이 말이다. 하지만 그것을 잘하지 못할때는 자신에 대한 실망감과 미움이 마음에 자리한다. 자신감과 자존감도 떨어진다. 하는 일이 나의 전체가 되고 그것을 잘 하지 못하는 나는 쓸모없고 필요하지 않은 존재로 느끼기 다반사이다. 하지만 그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 작은 부분이 나의 전체를 대변할 수 없다. 그 일이라는 것은 내가 하는 수많은 일중에 하나일 뿐이고, 그것을 잘 못한다고 해서 나의 존재 자체가 흔들릴 만큼의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그랬다. 내가 가진 캐릭터로 능력으로 잘 하지 못하는 일들이 나의 전체를 흔들었다. 그래서 많은 일들을 해 보았다. 나를 찾기 위해서. 내가 나로서 편안하게 자유롭게 살 수 있는 방법은 어떠한 것인지를 알기 위해 수많은 일을 해 보았다. 취미를 만들기도 하고, 운동을 해 보기도 하고, 책을 많이 읽어 보기도 하고, 글을 써보기도 하고, 일에 집중해 보기도 하고, 음악을 들어보기도 하고 등등의 많은 일들은 내가 누구인지를 알아가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리고 어느순간 이런 일을 하는데서 오는 즐거움을 느끼는 나는 자신감이 붙고 자존감이 올라 갈 수 있었다. 나는 나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구나. 세상이 가라는 길을 나에게 강요하고 있었구나. 나는 결국 나를 세상이 쓸모있다고 하는 존재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구나. 나의 목소리는 듣지 않고 있었구나... 등등의 생각이 떠올랐다. 그 과정에서 나를 살펴보면 나는 참 좋은 사람으로 살아왔다고 자부한다. 그렇게 노력한 내가 나의 존재로서 아름답다는 사실을 알았다. 딱히 무엇인가에 성과를 내고 있지 않지만 나의 있는 그대로를 안아주는 사람들이 있고, 항상 노력하는 내가 있다는 사실을 깊이 깨달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 모든 어려움을 견디고 살아가는 나 자신을 위해 자연스럽게 드러나고 있는 나를 수용하고 나아가는 길이 나를 알아간다는 것의 철학적 의미 첫번째이다.
둘째, 나를 알아가는 것은 나의 모습을 또는 나의 삶을 통합하여 나가는 힘을 기르는 일이다. 스티브 잡스는 스탠포드의 졸업 강연에서 그가 한 삶의 경험들이 언젠가는 점이 연결되듯 통합되는 날이 온다고 이야기했다. 내가 하는 일을 처음에는 어떻게 쓰이게 될지 잘 모르지만, 내가 했던 수많은 점들이 연결되고 자신의 뜻이 이루어지는 날이 온다고 말이다. 나도 그렇다. 지금까지 긴 삶을 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나의 점들이 쌓일만큼은 살아왔다고 자부한다.^^ 나는 잘하는게 없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하고 싶은 것은 엄청 많은 사람이다. 그래서 많은 것들을 배워왔고, 그것을 항상 어떻게 연결할지를 고민하면서 살았다. 사람들은 잘하는 것도 하나 없는 사람이 무슨 연결을 논하냐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의 나이가 되어보니, 나의 점들이 어느정도 그 연결고리를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또 나의 예를 들어보자면^^ 나는 그림을 그렸고 노래를 했다. 내가 그렇게 시간이 걸려 해온 것을 나의 학문에 꼭 쓰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무리 찾아도 내가 원하는 주제를 찾을 수가 없었다. 이 연구를 봐도 아닌거 같고, 저 연구를 보아도 아닌 것 같았다. 아니 내가 원하는 것을 포함하는 학문이 없나 고민하고 찾으러 다녔다. 너무 큰 꿈을 꾸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아직 조그만 것도 못하는 녀석이 여러 학문을 통합하고 게다가 내것을 통합해 보겠다고 하는 무모한 용기를 가지고 있었던 나에게 어느날 지도교수님이 너는 정신분석을 한번 해 보라고 하시는 것이 아닌가? 어렵고 무슨 의미인지 알지도 못하는데 읽고 쓰고 해 보았다. 내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었기에 그 길에 대한 선택이 가능했고 또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나아갈 수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다. 또한 교수님도 알고 계신 것 같다. 지금 내가 어떤 것을 원하고 있고, 어떤 것을 하면 잘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고민해주신 것 같다. 그렇게 나는 나의 바람과 선생님의 도움으로 정신분석에 입문했고, 문화 예술까지 어떻게 하면 잘 통합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즉, 이것은 나의 지금까지 살아온 나의 모습을 정리하는 동시에 크게는 지금까지의 삶을 통합해 나가는 과정이 되었다. 나를 알아간다는 것은,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아는 것은, 수많은 시도 끝에 그 점들을 하나 하나 연결하여 나의 흔들리지 않는 세계를 튼튼하게 만들어 준다. 나를 알아간다는 것은 나와 세계를 통합할 힘이 되어준다. 그 통합은 나에게 기쁨이며, 영광을 느끼는 일이 될 것이다. 이것이 두번째 의미이다.
셋째, 나를 알아간다는 것은 어려운 삶의 과정을 이해하고 당당히 책임을 지는 것이다. 이런 다양한 경험들 덕분에 삶의 과정에 대해서 이해하게 되었다. 잘 될때도 있고 안될때도 있고, 항상 좋은 일만 오는 것은 아니고 슬프고 아프고 힘든 과정이 반드시 온다는 그 당연한 진리를 나는 몸소 체험하면서 알게 되었다. 어리석었지만 또 너무 어리석지만은 않다.^^;; 이제라도 그 진리를 알게 되었으니 좀 더 나를 유연하게 변화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그저 담담히 삶을 알아가는 이해의 과정이었다. 그래서 지금은 나의 삶에서 두려워서 도망가고 싶은 때에 한번더 생각한다. 내가 나의 삶에서 일어나는 작은 일도 잘 해결하지 못하는 사람인데 어떤 일을 잘 할 수 있겠냐고. 나는 이제 더이상 도망가지 않고 나의 삶을 사랑하고자 노력한다. 너무 힘든 날도 있고 너무 눈물이 많이 나는 날도 있지만 나의 삶을 사랑하겠노라고 항상 다짐한다. 그렇게 나는 당당히 삶에 맞서는 선택을 했다. 삶에서 내가 선택한 모든 일들에 대한 책임을 가지고서 말이다. 나의 삶이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사실이 슬프긴 하지만 나의 책임감이 나를 홀로 당당히 서게 하고 있는 것같아 기쁘다. 이처럼 나를 점점 더 알아간다는 것은 복잡하고도 어려운 삶에 온전히 뛰어드는 것이다. 그래서 그것과 함께 하는 삶을 받아들이고 책임을 지는 일이다. 이것이 세번째 의미이다.
나는 오늘 나를 알아간다는 것의 철학적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이 의미들은 나를 때로 자유롭게 해 준다. 이 깨달은 진리들이 나를 안아주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해준다. 내가 과거에는 몰랐던 삶을 살아가면서 찾은 의미가, 속에 뭍어나는 의미가 나로 하여금 안정감을 느끼게 해 준다. 여러분들도 나를 알아간다는 소중한 경험을 하시면서 이런 안정감을 만나보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