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그 회사, 나도 다녔던 적이 있어.
처음 출근했던 날이 아직도 기억나. 엄청 일찍 갔거든. 아무래도 신입이니까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어서 말이야. 그런데 아무래도 첫 출근이라, 그 시간 도로 상태도 잘 모르고 하다 보니, 일찍도 너무 일찍이었던 거지. 거의 동이 틀락 말락 할 때였어.
아침이라 그런지, 정식 출근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면접 보러 왔을 때랑은 분위기가 다르더라. 로비에 딱 들어섰는데, 공기가 안 좋더라고. 먼지 냄새라고 할까... 그 왜, 비 오는 날 나는 흙냄새 같은 거 있잖아. 그렇다고 비가 오고 있었던 건 아니지만.
일단 코를 틀어쥐고 엘리베이터로 향했지. 그런데, 그렇게 일찍 갔는데도 내가 처음 온 직원이 아니더라. 엘리베이터 앞에, 어떤 남자가 서 있었거든. 위로 올라가는 버튼을 꾹 누른 채로. 그 버튼, 그냥 한 번만 누르면 되는 거잖아? 그런데 계속 누르고 있었어.
별일이다 싶었지만 그냥 뒤에 잠자코 서 있었지. 잠시 후에 엘리베이터가 내려오고, 문이 열렸어. 난 나중에 왔으니까, 남자가 타고나면 타려고 기다리고 있었거든. 그런데 안 들어가는 거야. 여전히 버튼을 누르고 서 있더라고.
“안 들어가세요?”하고 물어보지 그랬냐고? 물론 다른 데서 만난 사람이면 물어봤겠지만... 첫 출근 날이잖아. 저 사람이 내 상사인지, 사장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함부로 말 걸기가 껄끄럽더라고. 왜 그런 거 있잖아, 신입 때는. 괜히 위축되어서 아무 말도 못 하고 누군가 알아차려 주기를 누군가 먼저 말 걸어 주기를 기다리게 되는 그런 거. 그래, 그런 상태였어.
그런데 말이야.
엘리베이터 오래 붙잡아 놓고 있으면 경고음 울리면서 그냥 닫히는 거 알지? 그 남자, 결국 경고음 울릴 때까지 그러고 있었어. 그래서 문이 닫히려고 하는데, 그 남자. 어떻게 했는 줄 알아? 버튼에서 손을 뗐다가 다시 누르더라. 어처구니없지?
어안이 벙벙해지기도 했고, 어쩐지 무서워서, 나도 좀 굳은 채로 한동안 계속 그러고 있었어. 그러다가,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나보고, 먼저 타라는 뜻인가? 내가 먼저 타라는 뜻일까? 자기 딴에는 에티켓을 지킨달까, 신입을 배려한다는 느낌으로, 엘리베이터를 잡아 준 거 아닐까?
그럴지도 몰라.
그래서 말이야. 얼른 탔지. 엘리베이터에. 안에 들어가서 몸을 돌리고, 남자가 타기를 기다렸어. 최대한 공손한 포즈로. 당연히 뒤따라 타려니 했는데, 내가 타는 걸 확인하고는 버튼을 놓아 버리더라고. 고개를 살짝 숙인 채로 이상하게 웃으면서 말이야. 뭔가, 비굴한 웃음이라고 해야 하나? 그 상태로 문이 스르르 닫히는데,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지. 옷 여기저기에 흙이 묻어 있었거든. 젖은 흙이. 꼭, 흙 속에 묻혀 있다가 나온 것처럼...
소름이 확 끼쳤어.
문이 닫히고, 엘리베이터가 올라가는데, 확실히 공기가 맑아진 게 느껴졌어. 그런 생각이 들더라. 혹시, 그 냄새는 로비가 아니라, 그 남자에게서 나던 냄새는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무서운 기분도 가라앉더라고. 그러니까, 자기 몸이 더러워서, 냄새가 날까 봐 같이 타지 않고 먼저 올려 보낸 거구나. 그렇게 생각하니까 납득이 가기도 하고, 오히려 약간 미안해지는 거 있지?
제일 위층까지 올라가서 엘리베이터에서 내렸어. 완전 깜깜하더라. 역시 아무도 안 왔던 모양이야. 나랑, 그 남자 말고는. 일단 복도 불부터 켜고, 내가 배정된 사무실로 들어갔지. 근데 웃기지? 딱히 할 일이 없는 거야. 그야 업무 배정도 안 받은 신입이 혼자 일찍 출근해 버렸으니... 그래서 멍하니 내 이름이 적힌 책상에 앉아 있는데...
왜, 가만히 있으면 이런저런 잡생각이 떠오르잖아. 문득 그런 생각이 든 거지. 엘리베이터는 왜 위층에 멈춰 있었던 거지? 하는. 그렇잖아? 엘리베이터는 보통 마지막에 내렸던 곳에 멈추는 거 아냐? 게다가 로비로 들어왔을 때, 엘리베이터 숫자가 제일 위층인 걸 분명히 봤거든. 내가 있던 그 사무실 층 말이야. 그러면 누군가 먼저 올라갔어야 하는데, 복도엔 불이 꺼져 있었고, 아무 인기척도 못 느꼈거든. 그리고 어째서인지 감이 있었어. 분명 처음 도착한 건 엘리베이터를 잡고 있던 그 남자였고, 두 번째로 도착한 건 나. 그런 확신이 있었거든. 그렇게 생각하니까 괜히 무서워졌어. 도대체 엘리베이터는 왜 맨 위층까지 올라간 걸까. 뭐가 올라간 걸까. 그것은 어디로 갔을까. 그렇게 이런저런 딴생각을 하다가...
갑자기 누가 소리를 질러서 깜짝 놀라서 정신을 차렸어. 그런데 말이야, 옥상이었어. 내가 서 있던 곳 말이야. 응. 딴생각을 하면서 나도 모르게 옥상에 올라갔던 거야. 그것도 난간을 붙잡고 아래로 몸을 기울이고 있었어. 소리를 쳤던 건 나보다 좀 더 늦게 와서, 담배를 피우려고 옥상에 올랐던 남자 직원이었어. 모르는 여자가 옥상에서 난간에 매달려 밖으로 몸을 기울이는 걸 보고 깜짝 놀라서 소리쳤던 거야.
가슴이 쿵덕거리는 상황에서도, 생각은 멈추지 않았어. 나는 왜 그러고 있었던 걸까. 뭔가에 홀리기라도 했나? 도대체 왜 올라왔지? 왜 난간 너머를 내려다보고 있었지? 온갖 생각을 하다가, 갑자기 뭔가 깨달았어. 엘리베이터 말이야. 맨 위층 사무실이 아니라, 거기서 계단으로 올라가야 하는 옥상. 거기가 목적지라고 해도 엘리베이터는 마찬가지로 맨 위층에 멈춘다는 걸.
나중에 들은 이야기인데 지금은 다 보안 설비가 있지만, 예전엔 그 회사도 사람이 경비를 했다더라고. 경비업체에서 주야 2교대로 근무를 했었는데 그중 한 사람이 워낙 열심이라서, 건물에 들어오는 사람마다 꼬박꼬박 쫓아가서 인사를 하고, 엘리베이터도 잡아 주고 그랬대. 뭐랄까, 너무 친절한 게 독이 됐던 거겠지. 어느 날, 아주 이른 아침에 여직원 한 명이 건물에 들어왔는데 그날도 마찬가지로 엘리베이터를 잡아 주었더라나 봐. 엘리베이터가 맨 위층에 도착한 걸 확인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유리벽 너머에서 거꾸로 떨어지는 그 여자와 눈이 마주치고 말았대. 그 여자가 뛰어내린 이유는 몰라. 하지만 아마 그날도 똑같은 풍경이었겠지. 엘리베이터는 맨 위층까지 올라갔지만 위층에는 아무도 없는, 그런 풍경.
상상해 봐. 그저 무심코, 언제나처럼 바깥을 바라보았을 뿐인데 그 찰나에 머리부터 떨어지는 사람과 눈이 마주쳤을 때의 충격. 어떨 것 같아? 경비업체 직원은 충격을 받아서 재기가 불가능한 수준이 됐고. 회사도 결국 무인 경비 시스템을 도입했대.
귀신? 아니야. 아니야. 그 아저씨, 멀쩡하게 살아있대. 그냥, 가끔 나타난대. 거기에. 어떻게 무인 경비 시스템을 뚫고 들어가는지는 몰라도, 가끔, 새벽에 젊은 여직원이 출근하면, 엘리베이터를 잡아 준다는 거야. 비굴하게 웃으면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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