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 목수 이야기

이유

by 신혁

평택에서는 새벽 세시반에 일어나 저녁 여덟시가 너머 숙소로 돌아오는 일상이었다. 일당 28만원을 받았다. 부산에 와서는 사무소장이 불러주는 시간대로 나갔다. 새벽 다섯시 사십분즈음 그 언저리다. 현장에 나가게되면 하는 일은 똑같다. 쓸고 나르고 치우고 정리. 다른 아저씨들도 매한가지다. 평택에서는 배관조공이라는 이름으로 반년 있었다곤 하지만 뭐 다를게 있었나. 단가가 다른 이들은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다. 청소를 죽어라고 시키는것도 아닌데 돈은 꽤나 준다. 내가 어린것인지 큰 것인지, 일당이 들어오면 이렇게 많이 줘도 되나싶은 생각이 든다. 쨋든 최저시급에 비하면. 하지만 그곳들을 버티기 힘들었던건 뻔한 이유지만 사람들, 지독하게 거칠고 무례하고 제 몸 챙기기 바쁜 사람들. 본인들 입으로도 말한다. 이곳에서 좋은 사람 만나기 힘들다고. 나또한 그랬다. 나또한 무시했고 교묘하게 덜 움직이고 편갈랐고 내쳤다. 또 이 모든걸 당했다. 내가 이곳에서 말하고픈 이유란것은 서로에게 왜 그러하였는지다. 그것은 자존심, 잡아먹히면 안된다는 것, 친구와 가정 안에서와는 달리 현장에선 수많은 졸개중 한명일 뿐이라는것, 이 방어기제와 경험에서 비롯된 피해의식은 그렇지만서도 결국 기술은 없는 자신과 맞부딪치며 스스로와 상대방을 어렵게하는 것이다. 내 뺨을 밀치던 아저씨의 굳은 손가락과 23mm라쳇바를 손에 꽉진채 조장에게 달려들던 거제 사나이가 기억난다. 이젠 다 슬픔으로 떠오른다. 삶엔 보상없는 투쟁이 이리도 강요될까. 난 그곳을 떠났다. 나의 도피처가 직업학교였던 것이다. 목수들이 쉬울거라 생각한 적은 없다. 다만 갖고갈수 있는것이 있다면 어느정도는 감내할수 있을것이다, 그렇게 판단했다. 우린 살아남기 위해 살아가는것이다. 멍청한 맹목성은 여기서는 적용된다. 멍청한건 똑같지만. 우리의 이유도 같았다.



바닥에 물이 찼지만 방수포를 걷고 지붕 작업을 하다보면 마른다. 목재가 젖어있는데 외내부 마감을 시작하면 골조서부터 썩어갈테다. 잘 말리고 물길과 바람길을 올바른 방식으로 내준다. 목조주택은 기교를 부리지않고 마땅한 시공 방법으로 짓는것이 중요하다. 경제성과 내구도의 효율이 이 주택 구조의 취지이다. 말은 번지르하지만 죽도록 날랐다. 공구란것을 손에 쥔 적 없다. 자르면 총을 쥔 자에게 날라줬다. 그러다 문득 내가 이런적이 있었나 싶었다. 퇴근시간이 기다려지지않는 것이다. 물론 힘들지만 나의 걸음에 살이 붙여지는 집 이외엔 달리 화두가 없었다. 그래서 시간도 신경쓰이지 않았나보다. 눈 깜짝할 새 저녁을 먹고 있었다. 벌써 김치찌개만 세끼째인것이, 팀장의 취향에 뒷목이 쎄했다. 작은 수첩 김치찌개 옆에 작대기를 하나 더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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