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족관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은 예술성과 대중성을 잘 갖춘 영화다. 사랑의 따뜻함과 사랑의 아픔과 사랑의 무력함을 키스하듯 절실하고 달콤하게 느끼게 해 준 영화였다. 모두가 마지막 돌아서는 츠네오의 허전하고, 절망적이고, 무력하지만 사랑스러운 흐느낌에 가슴 아팠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가 단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사랑, 그리고 무력함에 대한 영화라고 생각지는 않는다. 이 영화는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것의 따뜻함, 사랑 이면의 아픔, 사랑함에도 구원할 수 없는 무력함, 또 그 무력함의 긍정이 또 다른 사랑의 시작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츠네오는 마작 게임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이다. 어느 날 내리막에서 조제가 탄 유모차를 가까스로 세우고 그녀와 친해지기 시작한다. 그녀의 집에서 밥도 먹고 조제도 산책시키며 연인의 감정을 키워간다.
츠네오와 쿨한 관계를 유지하는 노리코는 그와 가끔 섹스를 하며 단짝친구처럼 지내는 사이이다. 그런 츠네오에게, 여러 남자들을 유혹하는 남성편력이 있는 카나에 ("진로에 대해 상담할 게 있는데.."라며 접근한다) 가 접근한다. 노리코는 무감각한 듯 카나에는 가슴이 크다며 잘해보라 부추긴다. 그리고 카나에의 등 뒤에서 성적인 제스처를 취하며 쿨한 척을 한다. 그렇지만 그 모습에서, 나는 그에게 매달리고 애원하는 것보다 더 큰 공허를 느꼈다. 그녀는 절대로 아무렇지 않지 않았을 것이다. 그와 그녀가 함께하는 상상에 괴로워했을 것이다. 무릇 모든 사람은 그런 법이다. 이 삽화는 영화의 요약이며 복선 역할을 하고 있는 듯하다.
츠네오는 카나에와 데이트하며 연애감정을 느끼고 카네에의 방으로 향한다. 그녀의 침대에서 포옹하고 키스하다, 카나에는 츠네오를 밀쳐내고 어색한 분위기 속에 그를 지하철 역까지 마중한다. 카나에를 밀당의 고수로 보고 싶지는 않다. 다만 카나에마저도! 다가갈수록 멀어짐이 아파진다는 본능적인 무력감을 느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를 원하면서 그를 밀어냈다고 생각한다. 말하면 입 아픈 사실이지만, 바람둥이도 아프다.
츠네오는 연애감정을 키워가면서도 섹스하자는 그녀의 요구에, 그녀를 동등한 연인의 위치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망설인다. 조제는 어느 정도 나중에 이별이 찾아올 것을 알고도 그의 사랑을 요구하고 거리낌 없이 사랑한다. 그래서 그녀의 모습은 더없이 사랑스럽다. 사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사랑을 말하지 못하는 이유가 나의 모자람 아니던가? 조제는 거리낌 없이 당당하게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 사랑의 제1요건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했다. 타인에게 맞추려고 할 때부터 사랑은 어그러지기 시작하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조제 역시 어려지만 당당하게 그를 사랑했다.
츠네오와 조제는 여행을 떠나 동물원을 찾는다. 조제는 츠네오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호랑이를 보고 싶어. 나는 세상에서 호랑이를 제일 무서워해. 그래도 괜찮아. 사랑하는 사람과 호랑이를 같이 본다면 하나도 무섭지 않을 거야." 그녀는 호랑이보다, 호랑이를 같이 볼 사람이 없음이 사무치게 슬펐을 것이다. 그의 삶에 의미를 주던 것은 사강의 책뿐이었다. 그것은 진실했지만, 그녀에게 체온을 전해줄 수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츠네오를 힘껏 사랑한다. 저 멀리 시작될 내리막길의 초입을 바라보면서......
또, 그녀는 물고기들이 가득한 호텔에서 그에게 말한다. "저 바닥 깊은 곳에서 난 올라왔어. 너와 세상에서 가장 야한 섹스를 하려고." 가장 야한 섹스라는 말이 전혀 '야'하지 않고 애처롭게 느껴졌다. 그렇게 외롭고 세상과 단절된 채 정에 굶주렸던 그녀에게 사랑하는 이와의 섹스는 따뜻한 소통일 것이다.
그 유명한 마지막 장면에서, 츠네오는 운다. 그녀가 슬프고, 무력함이 슬프고, 또 세상이 슬퍼서 너무나 서럽게 운다. 그의 울음의 단순한 실연의 울음이 아니다. 그러한 복합적인 울음이어서, 가슴이 뻥 뚫린 듯 외롭고, 자식 잃은 듯 애처롭고, 세상을 원망하는 듯 서럽다. 뭔가 정신이 쏙 빠지게 슬픈 울음이었다. 그 옆에 카나에도 슬프다. 하지만 그녀가 할 수 있고 해야만 하는 것은 그저 그런 그를 열심히 사랑하는 것이다.
그러한 울음이 걷히고 난 후에, 츠네오가, 조제와 카나에와 노리코는 또 하루를 살아가고, 멀리서 본 삶의 풍경은 한가로워 보인다. 그렇게 또 사람들은 사랑하고, 아파하고, 상처를 치유하며 살아갈 것이다. 조제의 삶도 그와의 사랑과 아픔으로 조금은 더 풍부하지고, 추억의 붓을 그녀 마음 한 군데 넣어두었다가 힘들 때마다 사랑을 그릴지 모른다.
내리막 길을 보지 않고 사랑하는 조제는 아름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