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분포 그래프에서 나를 찾는다.

수학 중에 통계

by 에센

고등학교 시절 나는, 표본이 충분히 크면 대부분의 경우에 종 모양의 분포를 가지게 된다는 표준정규분포 그래프와 그 소외감 느끼게 하는 수식에 의아함을 가지고 있었다. 어디에서 그런 모양이 나오는 걸까 생각했었다. '에이- 거짓말' 했었다.


그런데 나이도 적잖이 들고 이런저런 일을 겪어 보니 그럴 수밖에 없겠구나 생각이 든다. 간단히 생각하면 100점 맞기도 어렵고 0점 맞기도 쉽지 않지만, 50점은 맞을 만한 그런 이유일 거다. 삶에서 생각하면, "인간은 적당히 살기 쉬운 존재다."를 부드럽게 선으로 표현한 것이 표준정규분포 그래프가 아닐까. 사실 우리는 눈에 힘주고 정신을 집중하고 어디로 향해 달려야 하는 지를 항상 생각하며 살진 못한다. 우리가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삶이 우리를 산다.


시험과 인생, 또 모든 노력이 필요한 것이 상대평가라 하지만, 난 그것들이 상대평가라 생각하지 않는다. 표본이 충분히 큰 경우 "내가 얼마나 적당히 하지 않았는가"에 따라서, 정해져 있는 표준정규분포의 어딘가에 자리 잡게 되기 때문이다. 그 우람한 산을 넘기는 쉽지 않다. 적당하지 않은 뜻과 노력이 필요하다. 남들의 선전 여부에 따라 나의 성공이 결정되는가? 아니다. 끝으로 갈수록 말도 안 되게 가팔라지는 정규분포 역수의 그 산은, 잔인하고 고되기는 하지만 결코 바뀌지 않고 거기서 기다리고 있다. 문제는 변하지 않는 산이 아니라, 가팔라질수록 적당히 하는 마음을 어떻게 다잡고 노력할 수 있는가이다. 내가 산을 올라가야지, 산이 나를 위해 완만해지지는 않으니 말이다.


남들과의 경쟁이라는 것은 착시현상이다. 100 미터 달리기 레인에 서, 스프린터가 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남들을 이기는 것일까? 하나라도 더 앞지르는 것일까?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미친 듯이 팔을 내젓고, 지면을 한 맺힌 듯이 허벅지 근육이 얼얼하도록 내차는 것이다. 관건은 1번 레인 선수의 고글을 보지 않고, 2레인 선수의 허벅지 둘레에 현혹되지 말고, 피니쉬 라인에 압도되지 않고 열심히 허벅지를 힘들게 하는 것이다. 우리의 허벅지는 너무 편안하지 않은가. 긴장을 풀어 두부처럼, 도토리묵처럼 적당해지지 않았는가.


모든 고민을 하기 전에, 불만을 품기 전에, 세상과 삶을 탓하기 전에, 우선은 자신의 허벅지를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너무 편안한 허벅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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