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왼손을 영원히 잡고 싶어.

오른손으로

by 에센

상쾌한 소다수 같은 바람이 불던 날, 너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생각났어. 그리고 너에게 날아가듯 발걸음을 옮겼어. 바람 같은 기분으로-


여름밤의 가벼운 어둠에 설레며 그녀를 만났어. 그녀는 봄바람을 즐기는 고양이처럼 만족스레 웃는다. "말해주고 싶은 게 있어." 하고 손 잡고 걷기 시작했어.


"어딜 가는 거야?" 해서, "누가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하네." 하고 싱겁게 웃었지. 그리고 들리는 사과가 떨어지는 듯한 그 애의 웃음소리.


그 애 손을 잡고 2/4박자 아닌 4/4박자의 채워진 가슴으로 강가로 향한다. 이윽고 써늘한 비스듬 아스팔트에 걸터앉는다. 물결은 마음처럼 조용히 설렌다.


"무슨 얘기?" 라며 사과를 몇 개 더 떨어뜨린다. 그 애에겐 뉴튼의 피가 흐르는 걸까? "눈 감아봐."


"들어봐. 너에게 말해주고 싶었어. 세상 여기저기의 신나는 일들. 머릿속에 그려 봐. 너무 잘 그릴 필욘 없어." 그 애의 손을 꼭 잡는다.


"지금 네 왼손은 네 왼손을 영원히 잡고 싶은 사람이 잡고 있어. 저쪽 나무 아래선 어린 학생들이 서투른 입맞춤을 하고 있고, 놀이터 벤치에선 나쁘다고 만은 할 수 없는 불량한 아이들이 작전을 세우고 있어.


저 불빛 아랜 "같이 있자"라는 말의 반죽을 계속 태워버리는 애처로운 젊은이가 있어. 저 아파트 꼭대기, 작은 방에선 귀여운 아가씨가 이불 안에서 전화를 하고 있어. 아래층 꼬마 아이는 침대 밑에서 인생이란 무엇일까 고민 중이야.


저 멀리 동물원 악어는 치통에 시달리고, 수컷 개코원숭이는 암컷 주위를 맴돌아. 사육사 아저씨는 늦은 밤 수족관을 멍하니 보고 있어.


강 건너 사람들은 그들 만의 이야기로 투명한 시공을 채우고, 다리를 건너는 차들은 저마다 고민을 품고 있어. 신기하지? 눈 감으면 비밀스런 열쇠 구멍을 보는 것처럼 더 많은 것이 보인다는 건."


"그리고 세상 여기저기엔 누군가의 왼손을 영원히 잡고 싶은 사람이 왼손을 잡고 있어." 그 애의 왼손이 송사리처럼 움직이고 누군가의 오른손을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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