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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 한바구니 Jun 19. 2023

라 밤바(La Bamba)는 추억을 싣고

친구에 대하여


고향 친구들끼리 만든 카카오톡 단톡방에 알림 하나가 떴다.

친구 한 명이 웬 LP 판 사진을 올렸다. [라 밤바(La Bamba)]라는 뮤직 앨범이었다.


"XX가 어렸을 때 테이프로 사준 리치 발렌스의 [라 밤바] 음악을 들으며 잠들었던 생각이 난다. 누가 LP를 선물로 준다길래 이걸로 골랐다."


한참을 생각했다. 내가 [라 밤바]라는 영화를 본 적도 있고, 그 후로 [라 밤바]라는 노래를 원어(스페인어) 버전으로 외고 또 부르고 다녔던 기억은 있다. 그런데 이 친구에게 "리치 발렌스(Ritchie Valens)" 버전의 [라 밤바] 테이프를 사 준 기억이 없다. 내가 기억하는 이 영화 관련 테이프는 리치의 원곡 버전이 아니라 '로스 로보스(Los Lobos)'라는 그룹의 리메이크 버전이기 때문이다. 물론 원어 버전도 있고 최근에도 실제로 들어보기도 했다.


너튜브에 보면 올려져 있으니 얼마든지 가능한데... 내가 기억을 못 하는 걸까...? 늙은 것일까...? ^^

[라 밤바]를 누구랑 보러 갔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1987년도에 상영한 영화였으니 중학교 시절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당시 기타로 시작하는 강렬한 인트로 사운드에 큰 충격을 받았던 것 같다.


"당당당 당 다당 당 다당~ 당당당 다다다당 당당당 당 다당! 바라바 라 라 밤바~" 대충 이렇게...ㅎㅎㅎ


영화에서는 리치 발렌스(본명. 리치 발렌스웰라)가 사람들 앞에서 솔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간주할 때 솔로 연주를 하면서 바닥을 기었던 것 같다. 그리고 한 여자를 사랑하지만 당시 여자 쪽 아버지의 반대로 사랑을 이루지 못한 상태에서 전화기 부스에서 기타를 연주하면서 "다나"라는 곡을 부르던 장면도 기억한다. 그리고 미국에 콘서트를 위해 떠나던 중 비행기 폭발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던 장면도...


실제 주인공인 <필립스> 역에는 '루 다이아몬드'가 맡았는데 실제 주인공과 외모가 많아 닮았다. 여주인공은 <다나>였는데, 여주인공을 맡았던 '다니엘레 본 제넥'과 실제 인물이 닮았는지는 알 수가 없다. 오로지 리치만 부각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둘이 애잔하게 사랑했었던 기억은 남아 있다. 어린 시절 내게는 그 사고가 큰 충격으로 다가왔나 보다. 여전히 그 장면이 떠오르는 것을 보니...


Ritche Valens / image from Imdb.com



안 그래도 최근 몸의 컨디션도 안 좋은 데다 정신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는데 고향 친구가 생각지도 못했던 추억을 선물해 주어서 참 고마웠다.  어렸을 때 이 친구와 저녁까지 신나게 놀고 난 뒤 별이 뜨는 밤이면 서로 헤어지면서 무서움을 없애자는 의미로, '무서워~'를 서로 번갈아 가며 집으로 돌아가던 생각이 난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친구 집과 우리 집 사이가 5백 미터 정도 떨어졌는데 그 당시에는 왜 그리 서로가 멀게 느껴졌는지 모르겠다. 어려서 그랬나 싶다.


경기도 양평에서 부동산 관련 개인사업을 하고 있지만 무척 감상적이고 똑똑했던 친구.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통기타 동아리에서 활동하며 콘서트까지 했었지. 가끔 부산에 볼 일 보러 내려오면 나에게 연락하는 것을 잊지 않았고, 우린 오랜만에 만나 추억을 곱씹으며 즐거운 대화를 나누곤 했다. 수년이 지나 만나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우리의 우정. 나의 참 친구 5명 중 한 명이자 여전히 마음의 고향과 같은 친구이다.


단톡방에 뜬금없이 올려 주었던 [라 밤바] 앨범을 통해 오랜만에 고향의 추억을 선물 받게 해 준 우리 친구. 고마운 마음을 실어 양평으로 보내본다. 오늘 퇴근하면서 오랜만에 [라 밤바] 한 번 불러봐야 하겠구나. 스페인어는 여전히 친근하지 않은데, 모쪼록 혀가 꼬이지 않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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