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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 한바구니 Jul 24. 2023

엄마의 지혜, 남매가 화해하는 법

사랑을 표현하는 법


어제저녁 아들과 딸이 난생처음으로 심하게 다투었다. 

남들이 보면 사귀는 줄로 착각할 만큼 둘도 없는 단짝이었는데 아빠가 퇴근하고 오니 둘이 남남이 되어 있었다. 엄마에게 물어보니 이유가 아주 간단했다. 딸이 오빠에게 산책을 가자고 말을 했는데 오빠가 가기 싫다고 거절했고 이의 화가 난 딸이 오빠를 괴롭히다 오빠에게 한 대 맞고 울면서 독서실에 갔다고 했다. 


옷을 갈아입고 난 후 오빠를 불러 이야기를 들어보니 엄마랑 비슷했지만 딸이 오빠에게 한 일이 좀 과한 부분이 있었다. 오빠는 사실 산책을 같이 가준다고 말한 적이 없는 데 혼자 오해를 하고 자기에게 소리를 지르고 자기 방에 들어와 해코지를 하더라는 것이다. 좀 심한 것 같아 그만하라 말렸는데 동생이 오히려 더 난동을 부리길래 쥐어박아 주었더니 울면서 독서실로 갔다고 했다. 


저녁에 딸에게 들어보니 또 이야기가 조금 달랐다. 속이 안 좋아 소화 좀 시킬 겸 오빠에게 산책하자고 부탁을 하니 오빠가 화장실에 다녀와서 같이 가자고 했는데, 화장실에 다녀오고 나더니 말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속상해서 오빠 방에 들어가 오빠에게 따지니 오빠가 화를 내면서 자기를 쥐어박은 후 내쫓더라는 것이다. 속상해서 울면서 독서실로 갔다며 집에 들어오기도 싫었다고 한다. 


양쪽 말을 다 들어보니 대충 큰 줄기는 비슷한 데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았다. 

엄마랑 상의 후 아이들 각각 타이르고 화해를 조정했는데 그날따라 둘 다 서운했는지 서로가 화해의 뜻을 비추지 않았다. 하는 수없이 아들과 딸이 누워있는 방으로 각각 들어가 잘 자라는 인사를 마치고 왔다. 그리고 아내와 몇 마디 이야기를 좀 더 하다가 이내 잠이 들었다.




다음 날 퇴근 후 집에 와 보니 엄마가 부대찌개를 준비해 놓았다. 아이들은 여전히 어색해하는 모습이 보였다. 아직 정식으로 화해를 하지는 않은 모양이다. 저녁을 맛있게 먹고 있는데 엄마가 '오늘은 특별히 식사 후 잠깐 모임을 갖자'라고 했다. 오랜만에 하는 말이어서 괜스레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이 되기도 했다. 

모두가 얼떨떨해하고 있는데, 엄마가 빙그레 웃더니 한 마디 했다.


"어제저녁에 오빠랑 동생이 제대로 화해를 안 한 것 같아서 오늘은 엄마가 화해를 위해 준비한 게 있어."


냉장고 문을 여니 케이크가 놓여 있었다. 우리 가족이 모두 좋아하는 투썸 플레이스의 초콜릿 케이크였다.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헤헤거리기 시작했다. 가족 화해를 위한 강력한 설루션이 등장한 것이다. 

먹는 것에 진심인 우리 가족은 취향을 저격하는 케이크가 등장하자 벌써 무장해제가 되었다. 


© Pexels, 출처 Pixabay


아들과 딸에게 동시에 촛불을 불게하고 케이크를 자르게 했다. 그리고 엄마는 다시 한번 이야기를 이어갔다.


"세상에 둘도 없는 오빠와 동생 사이란다. 이 사실을 잊지 말고 힘들 때 서로 힘이 되어주고 도와주며 살아가길 바라. 이 케이크는 그런 마음을 담아 엄마가 준비한 거야. 맛있게 먹고 다시 하나가 되자."


멋진 엄마구나. 아빠도 생각하지 못 한 소중한 이벤트를 엄마가 준비해 주고, 또 더 소중한 말을 두 아이에게 잔잔히 전하는 와이프의 모습이 더없이 존경스럽고 아름다워 보였다. 이래서 아이들에게는 엄마가 필요하구나 느낀다.


순식간에 케이크를 다 먹어치운 두 천사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수다를 떨고 웃기 시작했다. 어찌나 크게 웃어대던지 장장 하루 동안 하지 못했던 에피소드를 한꺼번에 쏟아내는 듯했다. 부부 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 했는데, 남매 사이는 칼조차 필요하지 않아 보였다. 그저 남매라는 이름만으로도 모든 것이 오케이가 되는 것 같다. 


아이들의 마음을 먼저 어루만지고 아이들 사이에 놓인 장애물을 자연스럽게 제거해 주는 엄마라는 존재.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휴대폰도 아니고 게임기도 아니다. 이 큰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힘들고 어려운 일들을 마주할 때마다 되뇌게 되는 그 이름, '엄마'. 커가면서 이 이름은 점점 더 소중하고 애잔하게 다가올 것이다. 지금은 그저 엄마가 준비해 준 케이크를 잘 먹고 잘 놀고 잘 쉬면 된다. 그거면 충분하다. 그리고 자기 전에 엄마에게 '사랑한다'라는 말 한마디랑 포옹 한 번만 해 다오. 그러면 오늘 엄마의 수고비는 다 드린 것일 것이다. 나머지는 아빠가 갚아주마. 


내일도 달달한 오빠랑 동생 사이로 지내기다! 알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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