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행복 한바구니 Jul 31. 2023

인생 여행

작은 것의 소중함에 대하여


오랜만에 출장의 이름을 빌린 여행을 떠났다.

대전, 내가 살던 곳. 

직장 따라 내려온 부산이고 이곳에 터를 잡았지만 여전히 내겐 마음의 고향이다. 


이른 아침 일찍 열차를 타고 구포역에서 도착하니 이미 많은 무리들이 역 대합실에 모여 있었다. 참 부지런한 사람들이 많다. 

서로 다른 목적지, 다양한 사연을 안은 채 사람들은 그렇게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여행가방을 곁에 둔 청년과 옹기종기 모인 아가씨들, 혼자 떨어져 커피를 마시는 아저씨...


나는 낯선 사람들 보는 것을 좋아한다. 

익숙하지 않은 얼굴 속에 배어있는 다양한 표정들, 그리고 그 표정들이 보여주는 각양각색의 스토리가 가슴을  설레게 한다. 이 모든 감성들을 하나로 이어주는 철길로 나, 너, 우리가 모여있다. 기차는 곧 도착하고 이 감성들을 모두 한데 보듬어 싣는다.


이윽고 기차는 출발하고 배웅의 손을 뒤로 한 채 속도를 내기 시작한다. 이내 시내를 벗어나 시원하게 뚫린 철도 위를 미끄러지듯 달려 나간다. 창밖으로는 영화처럼 펼쳐진 정경들이 물 흐르듯 지나간다. 행여나 놓칠세라 휴대폰 카메라에 장면들을  담아 보지만 이미 내 눈에 들어왔던 풍경들은 뒤로 사라진 지 오래다. 하지만 속상해할 필요는 없다. 곧 새로운 그림들이 나더러 찍어달라고 다기오기에...





인생은 여행이라 했던가. 

앞을 알 수 없는 여정들이 기다리고 있지만 그래서 더욱 설레고 기다려진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현실 속 여행은 일정이 다 하면 돌아올 곳이 있는 것에 비해 인생 여행은 이생에서 그 여정을 마친 후 출발했던 곳으로 되돌아올 수 없다는 점이 안타까울 뿐이다. 


그 끝을 알 수 없기에 지금 이 생이 더욱 소중하게 다가온다. 이 생에서 선하고 아름답게, 나에게 주어진 사명을 다하고 난 뒤에는 저 세계에서 무언가 바랄 수 있으면 좋으련만, 난 아직 충분히 열정적으로 살 지 못 했다. 그렇기에 난 오늘도 여전히 양심에 비추어 지극히 부족함을 느끼며 다가오는 앞길을 조심스레 내딛고 있다. 


오늘 내게 주어진 하루를 감사함으로 받으며 나에게 내비치는 햇살을 온몸으로 느끼며 그렇게 또 앞으로 나아가기를 바라본다. 

아무것도 모르는 삶 속 먼 여정에도 불구하고 단 한 가지는 확실히 알 수 있는 듯하다.


오늘 하루도 축복이라는 것을.

하루라는 선물, 감사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엄마의 지혜, 남매가 화해하는 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