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동료에게 보내는 희망가
직장의 친한 동료 중 한 명이 오늘 업무를 마지막으로 퇴사를 했다.
퇴근할 무렵 사내 이메일로 굿바이 인사를 보냈다. 원장으로부터 부원장, 상급자들에 대한 구구절절한 감사의 인사를 잔뜩 끄적여 놓았지만 정작 자신과 친한 사람들에 대한 멘트는 눈 씻고 봐도 찾아볼 수 없었다.
8년여간 희로애락을 함께 해오는 동안 뜻이 맞고 마음이 통했던 몇 안 되는 동료 중 한 명이었는데 많이 아쉽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자기 길 찾아 제2의 인생을 살아보겠다는데. 기쁘게 축하해 주고 뜨거운 악수와 포옹을 끝으로 힘찬 안녕을 기원하며 헤어졌다.
이미 오랫동안 고민하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지켜봐 왔기에 '왜 떠냐'는 구태의연한 질문은 포기했다. 대신 '얼마나 좋은 곳으로 가느냐'라고 물었다. 이곳보다 좋은 곳이라 했다. 자신의 뜻을 잘 펼칠 수 있고 업무환경은 이곳보다 강도가 낫고 생활은 자유롭다고 했다. 자신의 뜻을 잘 펼칠 수 있는 곳이라는 말에 내면에서 살짝 부러움이 일렁였다. 자신의 꿈을 맘껏 펼칠 수 있고 윗분이 자신의 성과를 인정해 주는 곳이야말로 가장 이상적인 직장이 아닐까? 물론 급여 외에 복지나 처우가 기본적으로 수반이 되어야 하겠지만 말이다.
회자정리(會者定離)라고 했던가. '만난 사람은 반드시 헤어진다'는 말이다. 8년이라는 시간이 결코 짧은 시간은 아니기에, 또 그렇게 부대낀 시간만큼 기쁨과 슬픔을 함께 하였기에 더욱 애잔하고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부푼 꿈을 향해 어려운 발걸음을 내딛는 40대 청년의 결정과 미래를 마음껏 축하해 주고 건승을 기원해 주면 좋으련만, 마음속에서는 아직도 '가지 말라'라고 외치고 있다. '조금만 나랑 더 일하자'라고, '네가 가버리면 남은 나는 외로워서 어쩌냐'라고 자꾸 미련의 짐을 지우려 한다. 지천명의 나이를 넘어섰지만 나는 여전히 덕이 모자란 사람인가 보다.
내 미련은 미개한 바람의 찌꺼기일 뿐이다.
너는 잘 되어야 한다. 반드시 크게 되어야 한다. 보란 듯이 성공해 보여야 한다. '이곳을 떠나서 얼마나 잘 되나 보자'며 벼르고 있는 소인배들의 코를 납작하게 해 주길 강렬히 바란다. 일할 곳이 여기뿐이랴. 세상은 넓고 좋은 직장은 많으니.
어디든 텃새는 있고 기득권층의 견제는 항상 존재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너의 성품과 능력이라면 거부할 곳이 없다. 이직 첫해를 잘 감내하기만 하면 된다. 너의 편에 선 이의 손을 꼭 잡아주고, 너의 반대편에 선 이의 가슴을 지긋이 품어주길 바란다. 처음에는 장미의 가시처럼 따갑고 아프겠지만 조금만 견디면 머지않아 따가운 가시는 너의 손발이 되어 줄 것이고, 사나운 눈길은 곧 환영의 기운으로 가득 찰 것이다.
벗이여, 잘 가시게! 그대의 가는 길을 축복한다. 그대의 가는 길에 그분의 은총이 함께 하길 바란다.
힘들면 언제든지 연락하렴. 술보다 강한 기운으로 기도해 주마.
조만간 다시 만나길 바라며!
Grace be unto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