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편은 특정 X의 이야기가 아니다.
내 연애들을 관통해 흐르는 한 문장, “나를 잃지 말 것.”
나는 모질지 못한 사람이다.
회사에서도, 친구 사이에서도 하고 싶은 말보다 맞춰주는 쪽을 택해왔다.
문제는 그 습관이 연애에도 고스란히 들어온다는 거다.
사귀기 전엔 환심을 사려 애쓴다.
존재하지 않는 유니콘처럼 보이고 싶어, 없는 장점도 꺼내 붙인다.
사귀고 나면 실망시키지 않으려 내 성향과 반대되는 것까지 맞춘다.
그럴수록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내가 해온 ‘맞춤’은 곧 당연한 것이 되고,
내 본래의 모습은 거슬리는 것이 된다.
하고 싶은 것을 미루다 보니 데이트가 의무가 되고,
즐거움 대신 피곤이 먼저 찾아온다.
결국 관계는 멀어진다.
어제까지 자연스럽던 배려가 오늘은 버거운 숙제가 되고,
상대는 실망하고, 우리는 어긋난다.
몇 번을 겪고 나서야 배웠다.
연애는 상대에게 나를 맞추는 기술이 아니라,
서로의 다름을 견디고 받아들이는 힘이라는 것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솔직히 말하고,
내가 아니면 “아니오”라고 말할 용기.
그게 내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예의다. 나에게도, 상대에게도.
주위를 보면 오래가는 커플은 결국 이 원칙을 지킨다.
사랑하기 때문에 닮아가기도 하지만,
사랑하기 때문에 다름을 남겨둔다.
돌아보면, 이건 비단 연애에서만 필요한 건 아니다.
회사에서, 친구 관계에서도 똑같이 통한다.
내가 아닌 모습으로 억지로 맞추는 순간, 관계는 이미 균형을 잃는다.
결국 오래가는 건, 있는 그대로의 나를 존중해 주는 관계뿐이다.
아직은 누군가를 만날 생각이 없다.
언젠가 만나게 된다면,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과.
그 사람 앞에서 나는 온전히 나이고 싶다.
더 이상 ‘예스맨’은 하지 않겠다.
사랑 앞에서, 우정 앞에서, 그리고 내 삶 앞에서—
먼저 내 편부터 되어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