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꿈같이 느껴질 만큼 빼어난 외모의 X를 만난 적이 있다.
그녀와 함께 걷는 순간마다 세상이 조금 더 환해 보였고, 나는 그저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빛은 오래가지 않았다.
대화를 이어갈수록 마음은 점점 답답해졌다.
사소한 주제조차 깊이 나눌 수 없다는 사실은, 나를 빠르게 지치게 만들었다.
영화 한 편을 보고도 나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그녀의 관심은 자극적인 장면에만 머물렀다.
취향의 차이라 넘기기에는, 나의 갈증이 너무 컸다.
돌이켜보면 내 지적 허영심 탓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했던 건, 외모로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때 나는 알았다.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화려한 외모가 아니라,
불쾌하지 않은 단정함과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깊이라는 것을.
결국 우리의 관계는 오래가지 않았다.
그녀가 내게서 금세 흥미를 잃었을 때, 나는 오히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누군가와의 이별이 해방처럼 느껴진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이제는 바란다.
서로의 생각을 채워주고, 잔잔하게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만남을.
겉모습이 아니라, 말과 사유가 마음을 풍요롭게 해주는 그런 관계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