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취업 시장에 뛰어들다

by 따뜻한 말 한마디

2012년 봄, 4학년이 되면서 나도 본격적으로 취업 시장에 뛰어들었다.
3학년까지 버티기 힘들었던 기계공학부 전공 수업을 마치고, 마지막 학기는 교양 위주로 채웠다.

남는 시간에는 인턴 전형 지원을 위한 자소서를 붙잡았다.


친구들과 모여 서로의 자소서를 고쳐주며 보냈던 날들.

처음 써보는 자소서는 엉망이었고, 친구들의 날카로운 피드백에 상처도 많이 받았다.

그래도 내가 밤새워 쓴 글인데... 억울하고 속상했다.

하지만 그 과정을 거치며 완성도는 조금씩 올라갔다. 결국 내 4학년의 대부분은 자소서로 점철되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나는 점점 사라졌다.

기업이 원하는 모습으로 꾸며낸 ‘가짜 나’가 글 속을 채웠다.


아이러니했다.

꾸며낼수록 자소서는 잘 써졌다.

주변 모두가 그러고 있었으니, 나만 이상한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다만 몰랐다. 그 ‘가짜 나’가 훗날 나를 갉아먹게 되리라는 것을.


“취업 재수는 없다.”
나는 공고가 뜨는 족족 원서를 넣었다.

인턴으로 붙은 뒤, 거기서 눈에 띄어 정규직으로 전환되기를 바라며.

그렇게 2012년 여름방학, 마지막 기회에 모든 걸 걸었다.

운 좋게도 한 건설 회사 하계 인턴십에 합격했다.

부족한 학점은 토익 점수로 메웠고, 면접에서는 긴장을 풀고 농담까지 던지며 분위기를 주도했다.

합격 소식을 들은 날, 나는 세상을 다 가진 듯했다.

“이제 나도 된다. 곧 세상은 내 것이 될 거야.”

어깨춤이 절로 났다.


오리엔테이션을 위해 서울 본사로 향했다.

인턴 합격자들의 얼굴에는 ‘해냈다’는 표정이 가득했다.

수많은 경쟁자를 뚫고 면접까지 통과한 우리, 스스로를 승리자라 여겨도 이상하지 않았다.

뜨거운 열기로 가득한 강당을 뒤로하고, 나는 곧 8주 동안 근무할 울산 석유화학 단지로 내려갔다.


정말 더웠다.

그늘 하나 없는 현장에서 잡일을 하며 하루하루를 버텼다.

언젠가 정규직이 되어 도면을 그리고 있을 내 모습을 상상하며.

그러면서도 머릿속에는 늘 어머니가 있었다.

고깃집에서 오늘도 땀 흘리고 계실 어머니.

‘이제는 내가 보탬이 되어야 한다.’ 그 생각이 아니었다면 버티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리고 다가온 2012년 8월, 운명의 최종 면접.

본사에서 다시 만난 동기들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인턴십은 통과 의례야. 우리 다 붙을 거야.”

그러나 면접장이 열리자 분위기는 곧 달라졌다.

한 명씩 나와도 표정이 굳어 있었다.

압박의 무게가 달랐다.


내 차례가 왔다.

면접관은 세 배로 늘었고, 질문은 예리하게 파고들었다.

발표 중이던 PT가 중간에 끊겼다.

“이제 됐습니다.”

조급해진 심장은 미친 듯이 뛰었다.
‘아… X 됐다.’


결과는 일주일 후였다.

최종 탈락.

망친 면접답게 당연한 결과였다.

나는 정규직 전환자가 아니라, 다시 출발선으로 돌아간 취준생이 되었다.


식은땀이 등에 흘렀다.

기대를 걸던 어머니를 실망시킬 수는 없다는 압박감이 가슴을 짓눌렀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나는 다시 인적성, 자소서, 끝없는 원서 준비로 돌아가야 했다.

그리고 본격적인 취업 전쟁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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