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내 인생의 한 챕터가 끝나다

by 따뜻한 말 한마디

나는 올가을, 희망퇴직을 한다.
공황장애로 이어진 휴직과 복직,

그리고 그로 인한 낮은 고과 끝에 결국 대상자가 되었고, 나는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12년 동안 내 생활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던 회사 생활의 종지부를 찍는 것이다.


물론 아직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공식적으로는 10월까지 이 회사의 직원이다.

하지만 모든 업무에서 배제된 채, 그저 자리에 앉아 멍하니 시간을 보내는 지금,

그 명패는 이미 아무 의미도 없다.


한때는 대기업 직원이라는 자부심이 있었다. 어려운 과정을 뚫고 들어왔다는 사실은 내 정체성이었고, 나를 버티게 해 주던 힘이었다. 하지만 그 자부심을 주었던 회사를 이제는 내가 스스로 떠난다. 회사는 조건을 내걸었을 뿐 강요하지 않았다. “응할 것이냐”는 질문에, 나는 지친 몸과 마음으로 결국 스스로 걸어 나오는 쪽을 택했다.


내가 회사를 나온다는 사실은 금세 팀에 퍼졌다. 사람들은 조심스레 눈치를 보는 듯했지만, 정작 나는 공기 같은 존재가 되었다. 출근을 해도 의미는 없고, 퇴근을 해도 마음은 비어 있다. 그렇게 무의미한 시간을 반복하던 어느 날, 문득 Gmail을 열어보고 싶었다. 회사와의 첫 인연, 합격 메일이 거기 남아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광고 메일에 묻혀 있던 편지함 속에서 나는 결국 그 메일을 찾았다. 2012년 11월 14일. 내 인생의 방향이 바뀌던 날이었다. 거듭된 취업 실패에 자신감을 잃어가던 내가 마침내 합격이라는 두 글자를 마주했던 순간. 그 소식을 전하자, 식당에서 일하던 어머니는 울먹이며 “잘했다”라고 말씀하셨다.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나도 눈물이 핑 돌았다. 세상이 온전히 내 편인 것 같던 날이었다.


그로부터 12년이 흘렀다. 설레던 첫 출근, 열정을 다해 달리던 시절, 무너지고 다시 일어서기를 반복했던 시간들. 그리고 지금, 나는 퇴사를 앞두고 있다.


이 연재는 그 시간들을 기록하려 한다. 내가 걸어온 길, 그 안에서 부딪히고 깨지고 다시 일어서야 했던 순간들, 그리고 왜 결국 회사를 떠나야 했는지를. 빛났던 순간과 부서졌던 순간 모두를 담아내어, 내 12년의 청춘을 기록하려 한다. 그 시간을, 누군가와 함께 나누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