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불길한 예감은 대체로 맞다

by 따뜻한 말 한마디

전사 신입사원 교육을 마친 후, 우리는 각자의 사업장으로 흩어졌다.
나는 경남에 위치한 사업장으로 배치를 받았다.

전사 교육에서 만난 익숙한 얼굴들이 보여서 낯선 곳에서도 약간의 안도감이 들었다.

반가운 인사를 나눈 뒤 기숙사 배정을 받았다.


그런데 기숙사의 모습은 내가 생각한 것과 정반대였다.
원래 2인 1실로 운영하는 방 한가운데에 침대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그곳이 내 자리였다.
그 해 신입사원을 너무 많이 뽑아 기숙사가 모자랐기 때문이다.
전사 교육 때 최고조였던 도파민은 그대로 멈춰버렸다.
‘여기서 몇 년을 살아야 한다니….’ 막막함이 밀려왔다.


룸메이트가 다가와 “잘 부탁한다”며 악수를 청했지만,
나는 내가 악수를 하는 건지 아닌지도 분간이 되지 않을 정도로 멍했다.
‘그래도 대기업인데 이게 맞나….’
‘원룸이라도 얻어야 하나? 하지만 우리 집 형편에 그건 불가능하지….’
머리로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마음은 쉽게 따라오지 않았다.
당장 내일부터 본부 교육이 시작되는데, 도무지 진정이 되지 않았다.

그렇게 자대 배치를 받은 이등병의 심정으로 첫날밤을 보냈다.

돌이켜보면, 그때 느낀 막막함은 단지 환경 때문만은 아니었다.
처음으로 ‘내가 이 조직 안에서 얼마나 작은 존재인가’를 체감한 순간이었다.
그 불길한 예감은, 훗날의 나에게 오래 남았다.


월요일 아침, 처음으로 내가 속한 사업장으로 향했다.
지난 교육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긴장이 훨씬 더 컸다.
아니나 다를까, 본부의 교육 담당자는 상당히 깐깐했다.
아침 식사 시간부터 퇴근 후 저녁 식사, 과제까지 일일이 챙겼다.
“이제부터가 진짜 실전이구나.”
그때는 그렇게 생각했다. 게다가 나는 경쟁사 휴대폰을 쓰고 있었다.

담당자는 내 손에 들린 기기를 보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오, 이게 선전에서만 보던 XX폰이군요. 그런데 여기는 다른 회산 데요?”
“아... 월급 받으면 바로 바꾸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아직 교육생 신분이라 월급도 정식으로 받지 않았는데,
휴대폰부터 바꿔야 할 처지가 되었다.
‘무리해서라도 미리 바꾸고 왔어야 했나….’ 후회가 밀려왔다.


교육은 타이트했다.
현업에서 온 강사들이 직접 강의를 진행했기에 졸 틈이 없었다.
매일 아침 시험을 치렀고, 나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수업에 임해야 했다.
“이게 회사라는 곳이구나.” 압박을 느끼면서도,
첫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생각하며 필기를 하고 수업에 집중했다.


다행히 동기애가 힘이 되었다.
매일 오후 다섯 시에 교육이 끝나면 함께 밥을 먹고, 과제 영상을 찍으며 점차 돈독해졌다.
사진도 함께 찍고, 단톡방을 만들어 하루 종일 이야기를 나눴다.

지금은 그 사진 속에서 남아 있는 사람이 나뿐이다.
그리고 이제는 나마저도 회사를 떠나려 한다.
그때는 몰랐지만, 그 시절의 웃음 속에는
이미 ‘누군가는 먼저 떠날 것’이라는 예감이 숨어 있었다.


4주간의 본부 교육이 끝나고, 드디어 우리는 사원증을 받았다.
이제 엄연히 사 번이 있는 회사원이 된 것이다.
어머니가 늘 꿈꿔왔던 ‘사원증을 목에 건 아들’의 모습이 현실이 되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였다.
교육이 끝난 우리는 곧 각자의 부서로 배치를 받아야 했다.
그리고 그곳에는 또 하나의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첫 발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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