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듣고 싶었던 한 마디
정신 건강 질환자라는 현실을 마주하면서 내가 가장 힘든 것 중의 하나는 주변 사람들이 나를 대하는 태도이다. 정신 건강 질환이라는 것은 내가 이 연재 초반에 썼듯이 당사자가 아니면 이해할 수 없는 특수한 상황이다. 그렇기에 그들의 이해를 전적으로 기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은 이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다. 사실 한국에서 정신 건강 질환이 대중적으로 다뤄진지 얼마 되지 않았고, 대중들에게는 아직 미디어에서나 볼 법한 질환이므로 내가 그들을 아예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당사자가 된 이후부터 주변 사람들이 나를 대하는 방식이나 아무렇지 않게 던진 가벼운 말들이 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
나의 경우 공황장애, 우울증, ADHD, 적응장애의 네 가지 정신 질환 판정을 받았다. ADHD의 경우 내가 정상적인 생활을 위해 다른 사람의 피드백을 받아 개선할 수 있는 여지는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머지 세 질환의 경우, 증상이 심할 때는 건강한 일반 사람과는 다른 사고회로에서 사고가 진행되므로 접근하는 데 큰 차이가 있다. 공황장애, 우울증의 경우 환자 본인도 자신이 정상적이지 않다고 자각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환자 본인들이 가장 힘든 상태이며, 현재의 어려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저 사람은 뭐가 힘들다고 저러지?’, ‘나도 힘든데 왜 자기만 힘들다고 하는 거지?’라는 생각을 하며, 이를 실제로 환자들에게 말하는 경우도 많다. 이로 인해 환자들은 다시 한번 상처를 받을 수 있으며 마음의 문을 아예 닫을 수도 있다. 당사자로서 나도 유사한 경험이 있다. 사람들이 나에게 하는 말은 위로와 비난, 두 가지 유형이었다.
첫 번째, 위로 같은 경우는 나를 위한다고 하는 말이지만 정신 질환에 대한 이해가 없는 말로, 나의 패배감과 우울함을 가속화시키기만 했다. 흔히 ‘많이 힘들지? 하지만 다른 사람들도 힘든 부분은 하나씩 다 있어. 그런데도 각자 나름의 해결 방법을 가지고 힘든 걸 견뎌내면서 살아. 그러니깐 너도 할 수 있어.’라는 내용의 말이 많았다. 이런 말을 들었을 때, 끊임없는 공황 발작에 대한 공포와 깊이를 알 수 없는 우울감으로 일상생활이 힘든 상황에서 다른 사람들이 해내는 것을 나는 못 해낸다는 자괴감과 자기혐오도 느끼는 경우가 있었다. 이럴 때 나는 ‘네가 많이 힘들구나. 너도 이런 상황이 가장 싫은 당사자이고 가장 힘든 사람인데 내가 완전히 이해를 할 수 없어서 슬프네. 그래도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말해줘. 내가 언제든지 들어줄게. 힘든 와중에도 이렇게 버텨줘서 고마워.’라는 말을 듣고 싶었다. 내가 어떤 감정 상태에 있는지를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 것은 힘이 되니깐.
두 번째, 나를 향한 비난은 나를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이었다. 이 모든 상황의 원인이 나의 정신력이 약해서, 내가 내 정신 건강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비난이다. 그 누구도 정신 건강 질환에 시달리는 것을 원하는 사람은 없다. 그렇기에 환자를 향한 비난은 모든 상황을 최악으로 치닿게 할 수 있다. 나의 경우 회사에서 이런 비난을 일부 사람들에게 받았다. 나름의 배려를 해줬는데 왜 상황이 안 좋아지는지 나에게 원인을 묻고 비난을 하는 것 말이다. 실제로 이 과정에서 Acting Out이 일어났고, 나는 3개월 휴직을 하게 되었다.
이번 글을 쓰면서 나는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께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것이 있다. 우울과 관련된 정신 건강 질환은 환자가 원해서 그런 것도 아니며, 환자가 초래한 것도 아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신체적 질환처럼 알 수 없는 원인에 의해 발병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주변에 정신 건강 질환으로 힘들어하는 환자가 있다면 힘듦에도 불구하고 잘 버텨내고 있다는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