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휴식의 시간 그리고 복귀

by 따뜻한 말 한마디

2019년 여름, 나는 2개월의 휴직에 들어갔다.
갑자기 주어진 긴 시간 앞에서, 나는 멍하니 침대에만 누워 있었다.
무엇을 해야 할지, 어디를 가야 할지조차 정하지 못했다.


그제야 알았다.
회사라는 틀이 내 삶을 얼마나 깊게 파고들어 있었는지를.
출근 시간, 점심시간, 퇴근 시간까지
모든 리듬이 회사의 시계에 맞춰 돌아가고 있었다.
그 틀에서 벗어나자, 나는 스스로 하루를 설계할 능력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느껴졌다.


고민 끝에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회사를 벗어나면 나를 모르는 곳으로 가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곳이 일본이었다.
익숙하지만, 아무도 나를 모르는 도시.


열흘 남짓 머물며 거리를 걸었지만,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했다.
보이스톡이 울려왔다.
“아파서 쉰다더니 해외에 가 있어?”
나는 물리적으로 아픈 게 아니라고 설명했지만,
그건 쉽게 이해되지 않는 문제였다.


그 순간 깨달았다.
정신의 고통은 여전히 눈에 보이지 않기에,
남들의 시선 속에서 나는 그저 핑계를 댄 사람에 불과하다는 것을.


그래도 나는 걷고, 보고, 생각했다.
복직을 하면 어느 조직으로 가게 될지,
거기서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버텨야 할지.
다시는 예전처럼 무너지지 않으려면,
어떤 나로 살아야 할지를.


가을이 다가올 무렵, HR로부터 전화가 왔다.
내가 갈 부서가 대략 정해졌다는 소식이었다.
새로운 파트리더, 그리고 친한 동기와 만나 인사를 나누며 조금은 안도했다.
“이번엔 달라질 수도 있겠구나.”
마지막 남은 휴식의 시간을 최대한 누리며, 나는 복귀를 준비했다.


그리고 드디어 복귀 날.
면담 자리에서 들은 말은 뜻밖이었다.
내가 휴직 전 마지막으로 검토했던 제품이
사업부장 지시로 새 부서로 이관되었고,
그 일을 잘 아는 내가 따라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결국 돌고 돌아, 나는 다른 연구실로 옮겼지만 업무는 그대로였다.
허탈했지만, 동시에 내심 ‘이제는 내가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조금은 있었다.

새 연구실 사람들은 모두 반갑게 맞아주었다.
그들의 미소 속에는 환영과 경계가 동시에 섞여 있었다.
나는 그 미묘한 온도를 끝내 알아차리지 못했다.


조직 생활을 해본 사람이라면 안다.
새로운 사람이 업무를 들고 오면,
그 일은 곧 그 사람의 짐이 된다는 것을.
나는 그들에게 있어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짐꾼에 불과했다.
시료를 옮겨도, 잡무를 처리해도 결국 내가 다 해야 했다.
휴직에서 복귀한 사람의 신분으로,

나는 싫은 내색을 감추며 버텼다.

먹고살기 위해서였다.


나는 그렇게 다시 시작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것은 또 다른 착각의 시작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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