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혹부리 영감님

by 따뜻한 말 한마디

‘혹부리 영감님.’
조직 이동 후 거울을 볼 때마다 떠오른 이름이었다.
어깨는 점점 굽어가고, 표정에는 경계심이 먼저 묻어 있었다.


처음엔 모두가 반겼다.
새로운 곳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나도 잠시나마 기대를 품었다.

하지만 낯선 공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웃음 뒤에 감춰진 미묘한 시선, 말 없는 거리감.
그것이 단순한 피해의식이라 여기려 했지만,
결국 내 예감은 틀린 적이 없었다.


제로부터 시작해야 하는 상황에서
나는 사람들과 친해지는 것부터 했다.
도움을 받으려면 먼저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조직 문화는 나름 쿨해 보였다.
선후배는 형·동생으로 지내고,
고충을 솔직히 털어놓으며 방법을 찾는 분위기였다.

지금까지 사람에게 많이 당하고 살아왔지만,
이번에는 내가 먼저 다가가야 한다고 마음먹었다.

후배들과 동기들은 나를 환하게 맞아주었고,
퇴근 후 가볍게 한 잔 하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위화감은 여전히 남았다.
형·동생으로 굳어진 조직 문화는
외부에서 온 사람을 완전히 품어주지 않았다.
마치 이민자가 그 나라의 메인 스트림에 들어가기 어려운 것처럼.
겉으론 평등했지만, 중심과 변두리는 분명히 나뉘어 있었다.


이번에도 내게 주어진 제품은 주력 제품이 아니었다.
끼워 팔기 식의, 구색 맞추기용에 불과했다.
처음부터 모든 걸 다시 쌓아야 했고,
누구도 이 일에 진심을 내어주지 않았다.

보고 자리는 매일 있었지만, 진척은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유럽 업체의 느린 리듬은 나를 더 궁지로 몰았다.

“왜 이렇게 매일 똑같아? 진척이 없냐?”
그 질문이 날마다 내 어깨를 더 구부리게 만들었다.
변명조차 할 수 없었다.

내가 잘못한 건 아니었다.
굳이 잘못이라 한다면,
우리 회사 문화처럼 거래선을 쥐어짜
결과를 제때 뽑아내지 못한 것뿐이었다.
하지만 그건 내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출장도 마찬가지였다.
혼자 서류를 들고, 혼자 상대를 하고, 혼자 돌아왔다.
뒤에서 등을 받쳐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조직은 나를 내버려 두었고,
나는 그 안에서 점점 고립되어 갔다.


사람들의 눈빛은 변해갔다.
처음의 호기심은 비웃음으로,
무관심은 한심함으로 바뀌어 갔다.
그 시선 속에서 나는 이미 작아지고 구부러져,

마치 등에 혹을 짊어진 영감님 같았다.
그리고 어느새, 그 영감님이 바로 내가 되어 있었다.


결국 그 순간이 찾아왔다.
오래 억눌러온 것이 다시 터져 나오듯, 우울증이 재발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어쩐지 예전과는 달랐다.

단순한 고비가 아니라, 내 삶이 다시 크게 꺾여갈 예감이었고,
동시에 어딘가에서 작은 균열처럼
새로운 방향을 향한 조짐이 스며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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