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이렇게 비싸?

by 따뜻한 말 한마디

퇴사한 이후, 나에게 주어진 임무가 하나 있다.
바로 장을 보러 나가는 일이다.


회사를 다니던 시절에는 몰랐던 일상의 한 부분이 내게 주어졌다.
집에서 마트까지는 차로 20분 정도 걸린다.
이제는 어머니 대신 내가 장을 본다.
그전에는 생활비를 드리면 어머니가 알아서 살림을 꾸리셨다.
그런데 내가 직접 장을 보면서 깨닫는다.
어머니는 그동안 한정된 예산 안에서 정말 훌륭하게 살림을 해오셨다는 것을.


‘뭐야, 이건 왜 이렇게 올랐어?’
일주일 간격으로 가는 마트에서 내가 가장 자주 하는 말이다.
모든 게 비싸다. 필요한 것만 담아도 금세 10만 원이 넘는다.

이런 물가 상승의 파도 속에서도
어머니는 알뜰살뜰하게 살림을 꾸려오신 것이다.
참으로 존경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회사에 다닐 때는 아무렇지 않게 집어 들던 과일을,
이제는 몇 분을 들고 서성이다가 다시 내려놓는다.
‘이게 내 영양 보충에 꼭 필요한 건 아니니까.’
무언가에 혹해 집더라도,
그게 진짜 나에게 필요한 것인지 다시 생각한다.
그리고 필수가 아닌 플러스알파라면 조심스레 내려놓으며 다음을 기약한다.
수입이 없는 상태에서 통장 잔고만 줄일 수는 없으니 말이다.


독자분들 중에도 직접 장을 보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요즘 물가에 다들 놀라고 있지 않을까.
3~4인 가족을 책임지는 주부들께도 경의를 표하고 싶다.
이런 고물가 시대에 한정된 예산으로 살림을 꾸려나가는 것 자체가 능력이다.


내일도 장을 보러 가야 한다.
또 무엇이 나를 놀라게 할지 모르지만,
어머니처럼 현명하게 선택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그리고 이런 사소한 일상 속에서도 배운다.
일의 의미만큼이나, 쓰는 법에도 나의 삶이 묻어 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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