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넓고 마음 편한 사람은 많더라

by 따뜻한 말 한마디

퇴사를 하고 나서, 나는 금토일에만 가던 운동을 거의 매일로 바꿨다.
그것도 남들이 출근하는 아침 8시 반에.

처음엔 헬스장의 기구를 독차지할 수 있겠다는 설렘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큰 착각이었다.
일을 하지 않아도 여유롭게 아침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았다.


내가 느끼기엔, 남편을 출근시키고 아이들을 등교시킨 아주머니들이 많은 듯했다.
아침의 헬스장은 묘하게 밝았다.
고강도 운동을 하는 사람도 없고, 얼굴에는 근심이 거의 없었다.
예전 같았으면 ‘나는 이렇게 힘든데 저 사람들은 웃고 있네. 속 편한 사람들이네.’
그렇게 속으로 씁쓸해했을 것이다.

하지만 퇴사 후의 나는 조금 달라졌다.
세상엔 참 다양한 삶의 리듬이 있다는 걸 실감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그중 하나의 리듬 안에 있을 뿐이다.
누구보다 특별하지도, 뒤처진 사람도 아니다.


운동을 마치면 백화점이 막 문을 열 시간이다.
예전엔 이런 생각을 했었다.
‘이런 작은 도시의 백화점이 평일에도 장사가 될까?’
그런데 그것 또한 오산이었다.
오픈 직전부터 주차장은 이미 차들로 가득 찬다.

그 모습을 보며 알았다.
누군가는 출근하고 있을 그 시간에도,
자신의 시간을 즐기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는 것을.


백수가 되고 나서 오히려 세상을 보는 시야가 더 넓어졌다.
예전엔 낮에는 일하고, 저녁에는 쉬는 게 세상의 기본이라 믿었다.
철저히 내 중심적인 사고였다.
회사원의 시각으로 세상을 보니, 세상도 내게 단편적으로만 다가왔던 것이다.
그리고 그게 진리인 줄 알았다.


하지만 평일 아침 헬스장에서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
대낮부터 여유롭게 쇼핑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생각했다.
내가 살아온 방식이 세상의 전부는 아니었구나.
이제는 조금 더 중립적인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싶다.


퇴사는 분명 내 인생에서 기점이 되는 사건이다.
처음엔 루틴의 변화로 다가왔지만,
이제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까지 바꾸어 놓았다.
그리고 그 변화 속에서, 나는 조금씩 깨닫는다.
세상은 넓고, 마음 편한 사람은 정말 많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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