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새는 없다

by 따뜻한 말 한마디

마음고생이 심했던 대학 시절을 마치고,
나는 한 가전 업체에 취업했다.


운이 좋았다.
솔직히 말해, 그저 운이 좋았다는 말밖엔 할 수 없을 정도로
내게는 큰 행운이었다.


합격자 발표가 난 날,
나는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식당에서 한창 바쁜 시간대였는지,
어머니의 목소리에는 고단함이 묻어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기쁜 목소리로 말했다.
“어머니, 합격했어요. 취업했어요.”

잠시 정적.
그리고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어머니의 흐느낌.

우리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도, 어머니도,
서로가 얼마나 고생했는지를 너무 잘 알고 있었으니까.


2013년 1월, 나는 지금의 회사에 입사했다.
그때만 해도 세상을 다 가진 것만 같았다.
지옥 같은 성장기를 지나,
남들은 쉽게 들어가지 못하는 회사에 합격했다.

물론 나보다 잘난 사람도 많고,
누군가에겐 별것 아닐 수 있지만
내게는 정말 컸다.
그만큼 벅찬 출발이었다.


사회인이 된 후, 한 여자를 만났다.
2년 정도 만남을 이어갔다.
나는 그녀와의 결혼을 꿈꿨고,
정말 사랑했다.


하지만 그녀는
내 배경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어느 날 그녀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부모님은 그냥 연애만 하라고 하셨어.”
결국 나는,
그녀 인생의 지나가는 사람이었다.


대학생 때 느꼈던 세상에 대한 좌절이 다시 올라왔다.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나?”
“왜 나한테는 늘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

아마 이때부터였던 것 같다.
내 우울이 시작된 건.

아니,
어릴 적부터 마음속에 숨어 있던 우울이라는 병이,
이 사건을 기점으로 드러난 것일지도 모른다.


10년이 다 되어가는 이야기지만,
“너는 그냥 지나가는 사람이야.”
그 말은 지금도 생생하다.

어떻게 그렇게까지 기억에 박혀 있을까 싶지만,
그때 들었던 말이
나를 만든 문장이 되어버렸다.


그 후로,
세상을 바라보는 내 시선은
조금씩 비틀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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