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를 구해야 하는 사람

by 따뜻한 말 한마디

2023년, 처음으로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을 때,
내가 가장 먼저 해야 했던 일은
팀장과 실장의 ‘이해를 구하는 일’이었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반차나 휴가를 써야 할 수 있다는 것.
그걸 조심스럽게 말해야 했다.


공황장애 환자마다 증상은 다르지만,
가장 흔하고 공통적인 건 호흡 곤란이다.
단순한 과호흡이 아니다.

정말 죽을 것만 같은,
그 더럽고 끈적한 감각.
죽지 않는다는 걸 머리로는 알면서도
몸과 마음은 동시에 무너져내리는,
그 끔찍한 감각.


사내 심리상담사까지 나서
내 상태를 설명해 주었지만,
그럼에도 나는 과중한 업무에 더 짓눌렸다.


이해는 없었다.

그들이 내게 한 말은 이러했다.

“너는 왜 아직도 안 나아?”
“이만큼 배려해 주는 팀이 어딨어?”


그들이 말한 ‘배려’란
아무도 맡지 않으려는 잡무를 나 혼자 떠안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일에서 문제가 생기면,
모든 화살은 나에게 향했다.

배려까지 해줬는데 문제를 일으킨다고.
공황 증상으로 자리를 비운 사이 생긴 일까지도
모든 책임은 내게 돌아왔다.


폭풍 같은 시간이 지나고
나는 결국 휴직을 선택했다.
그리고 조직을 옮겼다.


아마 그들은 속이 시원했을 것이다.
문제아가 사라졌다고 생각했을 테니까.


지금의 조직은 다르다.
나는 ‘이해를 구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에 있다.
그것이 이전과 지금을 가르는 가장 큰 차이다.


현재의 팀원들 덕분에
나는 더디지만 분명한 회복의 길을 걷고 있다.


더 이상
이해를 구걸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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