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는 안 볼래

by 따뜻한 말 한마디

내 인생에서 가장 서글픈 기억 중 하나는
사랑이 식어갈 때, 그 사람의 눈치를 봤던 순간이다.

끝이 보인다는 걸 알면서도,
나만은 아직 아니라고 믿고 싶었던 그런 마음.


그런 걸 보면,
결혼이라는 걸 해낸 사람들은 대단하다고 느낀다.
나는 아직도 한 번도 넘어보지 못한 ‘관계의 연속성’을
그들은 무던히 이어가고 있으니까.


어떤 느낌일까.

서로 눈치 보지 않고,
자기 본모습 그대로를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 옆에 있다는 건.
아마도 ‘결’이 잘 맞는 사람들이기에 가능한 일일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좀 별나다.

묘하게 ‘일반적인’ 틀에서 빗겨있다.

사고방식이나 감정을 드러내는 데 있어서 말이다.
그리고 그걸 스스로도 알고 있다.


예전, 식어가던 관계 속에서 상대의 눈치를 봤던 건
내가 내 결을 감추고 상대의 결에 맞춘 ‘가면’을 쓰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언젠가 들킬 것 같은 그 불안,
그러면서도 놓이고 싶지 않았던 그 모순.


요즘 문득 그런 생각을 한다.

내 얼굴을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 과연 내 인생에 나타날 수 있을까.


그리고 만약 그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 앞에서 가면을 벗을 수 있을까.


이제는 눈치 보지 않고 나답게 살고 싶다.
사람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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