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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황해볼게요 6시간전

크게 느끼는 거 행복을

Day9 Camino de Santiago

 순례길을 걸으며 일상적인 순간에 행복을 크게 느낀다. 큰 행복을 느낀다와 행복을 크게 느낀다는 다르다. 지금 이 시간이 소중하다는 걸 존재하는 그 순간에 깨닫곤 한다. 그래서 이 시간을 즐겨봄에 힘을 쏟는다. 내게 좋은 한 페이지가 되어주길 바라며.




 어젯밤엔 깊이 잠들지 못하고 뒤척였다. 날이 무더웠고 환기가 되지 않던 방은 꿉꿉했다. 두어 시간쯤 자다 깨서 밖으로 향했다. 새벽 공기가 시원했다. 고개를 들어 올리니 반짝이는 작은 것들이 무성했다. 다시 방으로 향해 누나를 조용히 깨워냈다. 누나와의 네번째 슈팅스타를 맞이했다. 작은 시골집에서 머무르며 느낄 수 있는 작은 낭만이었다.


 잠을 설치고서 아침 일찍이 길을 나선다. 여전히 어두컴컴한 길에서 라이트 하나를 손에 쥐고 걷는다. 가방을 비워내며 버리려 고민했던 그 라이트를 가져오길 잘했다며 뿌듯함을 느낀다.


 일찍이 출발한 덕에 11시에 알베르게에 도착했다. 체크인 시간이 넉넉하게 남아 가방을 벗어두고 마트로 향했다. 채 열기가 다 식지 않은 바게트를 집어 들고 먹어보지 않은 햄 2종류를 구매해서 근처 벤치에 앉는다.


 지방이 크게 자리한 초리조는 특유의 향이 자연스럽지 못했다. 인공적인 향처럼 느껴지는 게 대단히 맛있지 않았다. 돼지 안심으로 만든 햄은 짜고 담백했다. 특별한 향이랄 건 없었다. 유럽을 여행하며 햄을 거의 매일 먹다시피 해도 계속 새로운 종류의 햄을 발견할 수 있는 게 즐겁다.


 다시 마트로 향해 저녁과 내일 아침으로 먹을 것들을 구매한다. 숙소로 돌아오니 다른 순례자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르게 도착하니 여유롭게 움직여도 시간 여유가 있어 좋다.


 저녁으로 마트에서 사 온 빠에야를 먹는다. 꽤 짜고 고소했다. 토핑으로 올라간 치킨과 해산물의 풍미가 좋았다. 쌀로 만든 음식에 느끼는 갈증이 있다. 도심으로 가면 맛있는 빠에야를 찾아보려 한다.


 9일차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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