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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lehLee Mar 16. 2023

노동 일기

비트코인 투자

내가 하루 '노가다'를 하여 받는 돈은 13만 원 남짓이다. 차비와 점심을 제하고 나면 12만 원이 남는다. 이 돈은 내가 아침 5시에 일어나 현장에 나가 먼지를 뒤집어쓰고, 허기와 탈진을 견디며 하루를 버틴 대가다. 지독하게 아까운 돈이다. 피까지는 아니어도 땀과 눈물로 범벅이 된 돈이다. 하루치의 내 삶의 시간을 내어주고 받은 돈이다. 이 돈 13만 원은, 내 노후(이미 노후이지만)의 하루 이상을 단축시켜 받는 대가라는 것을 몸으로 느낀다. 내 삶을 깎아 내어 주고받는 것으로는 너무 적은 돈이지만, 내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이마저도 일거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음에 걱정이 든다.


일이 끝나면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온다. 허기진 배를 허겁지겁 채우고 나서 샤워를 한다. 먼지와 햇빛으로 거칠어진 피부에 토너와 로션을 바른다.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빗어 넘긴다.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는다. 그리고 컴퓨터를 켠다. 오늘 번 13만 원 중 5만 원을 떼어 비트코인을 산다. 가끔 욕심을 내어 7만 원을 움켜 넣기도 한다. 그럼에도 내 비트코인 숫자에는 거의 변동이 없다. 소수점의 저 아래, 길고 긴 뱀의 몸통을 따라가다가 만나는 짧고 가는 꼬리가 잠깐 움직이는 것처럼 변동은 미미하다. 내 비트코인은 아직도 0과 소수점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나는 이마저도 매일 사지는 못한다. 틈나는 대로, 돈이 되는 대로 산다. 만약 일찍부터 사 모았다면 나는 꽤 큰 부자가 되어 있을 것이다. 안타깝고 서럽게도 지난해부터 시작했다. 현재의 내 작은 목표는 온전한 비트코인 하나를 가지는 것이다. 오늘 날짜로 비트코인 하나의 가격이 3천만 원에서 오르내리니 아직도 한참이 남았다.  


이렇게 악착같이 번 돈으로 비트코인을 샀는데, 가까운 또는 먼 미래에 휴지처럼 가치가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걱정은 내 지갑에 있는 만원 짜리 지폐가 또는 기념으로 책갈피에 꽂아 둔 1달러짜리 화폐가 휴지가 될 것을 걱정하는 정도이다. 오히려 이런 화폐들이 인플레이션으로 가치가 오르내릴 때에도 비트코인의 가치는 변함이 없음 것임을 나는 믿는다. 그리고 이 믿음이 나를 부자로 만들어주는데 어느 정도 기여를 할 것을 또 믿는다.  


현재 내 주변에 비트코인에 대하여 긍정적인 사람보다는 부정적인 사람이 더 많다. 관심 자체가 없는 사람도 많고, 관심이 있어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지금 더 많은 비트코인을 사두어야 한다는 조급함이 있다. 내 주변 사람들이 비트코인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고, 그들이 비트코인을 구매하는데 아낌이 없다면, 가격이 엄청 뛰게 될 것이다. 내 가진 돈으로 0.1비트는 고사하고 0.001 비트조차 살 수 없을 것이다. 온전한 비트코인 하나를 갖고 싶어 하는 나의 바람은 닿을 수 없는 곳으로 올라가 버릴 것이다. 그래서 지금 빨리 사야 하는데, 돈이 없다.  


사람들은 비트코인이 위험한 투자라고 말한다. 투기라고 하는 사람도 많다. 이것은 언제 휴지조각, 아니 '디지털쪼가리'가 될지 알 수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비트코인은 수없이 많은 위험성을 안고 있기 때문에, 그중 하나만 터져도 먼지처럼 사라져 버릴 위험 자산이라고 말한다. 그것을 뒷받침할 많은 이유들을 제시한다. 

 

그중 하나가 ‘내재가치’다. ‘비트코인에는 내재가치가 없어 화폐로서 가치가 없다’라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잘못된 주장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화폐에는 내재가치라는 것이 없다. 원화이든 달러이든 비트코인이든 내재가치라는 것은 없다. 그러니 비트코인이 내재가치가 없어 화폐로서의 가치가 없다는 말은 잘못된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의 통화제도가 금본위제라면 내재가치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금본위제는 유통되는 통화량만큼의 금을 은행이 확보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원래 화폐는 ‘내가 당신의 물건(금 따위)을 보관하고 있다’라는 증서였다. 이 증서를 제시하면 언제든지 물건(금 따위)을 돌려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 증서를 타인에게 같은 가치로 양도하는 형태로 유통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미 오래전에 금본위제는 깨졌다. 지금은 누구도 돈을 은행에 가지고 가 금을 내놓으라고 하지 않는다. 돈은 돈으로 유통될 뿐이다. 그리고 그 돈이라는 것은 (중앙) 은행이 금의 유무에 상관없이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 찍어 낼 수 있는 것이다. 


가게 주인이 금이 보장되지 않은 화폐를 받고 물건을 내주는 것은 ‘내재가치’가 아니라 ‘신용’이 있기 때문이다. 1만 원 권을 받으면 나도 이 금액만큼의  물건을 얻을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에 조금의 거리낌도 없이 화폐와 물건을 교환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신용은 두 사람만이 아니라 우리를 이루고 있는 사회 전체가 믿고 있는 신용이기에 화폐는 화폐로서 가치를 지니는 것이다. 


화폐가 내재가치 때문에 가치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신용에 의해 가치가 생기는 것이라면, 비트코인도 신용을 가질 수 있다. 화폐가 처음부터, 그리고 모든 사람으로부터 신용을 얻지는 못했을 것이다. 일부 신용이 확실한 사람들 사이에서 통용되었을 것이고 그 거래가 조금씩 확대되면서 사회 전체의 믿음을 얻었을 것이다. 굳이 과거로 돌아가 확인하지 않아도 알 일이다. 화폐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더 넓은 지역으로 신용을 높여간 것처럼, 비트코인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견고한 신용을 만들어 갈 것이다. 하지만 화폐와 크게 다른 점은, 그 속도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를 것이라는 것이다.  


비트코인이 화폐로서 가치가 없는 이유는, 이용 가치가 없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지금 거리에 나가 비트코인으로는 빵 한 조각, 커피 한 잔도 못 사는 게 현실이다. 비트코인이 제 아무리 좋다 한들, 비싸다 한들 쓸데가 없다면 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이 주장은 언뜻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우리 역사에서 나오자마자 환영받은 신기술은 하나도 없었다. 자동차, 전기, 심지어 전화조차도 처음에는 거부당했었다. 전화가 발명되었음에도 전보를 고집했던 회사는 결국 망했다. 전기는 위험하고 불을 낸다는 이유로 거부당했다.


자동차도 그랬다. 유럽 사람들은 자동차가 나오기 전 사람들은 마차를 이용했다. 걷거나 말을 타는 것에 비하면 마차는 꽤 훌륭한 교통수단이었다. 어린 아이나 여자들도 마차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 명이 함께 탈 수도, 짐을 운반할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자동차가 나왔다. 네 바퀴가 있어 시동만 걸면 자동으로 달린다. 속도도 빠르다. 말먹이를 주거나 쉬기 위해 중간에 멈추지 않아도 된다. 처음 자동차를 본 사람들은 환호했을까? 그렇지 않았다. 사람들은 자동차를 혐오하고 비난했다. 자동차는 마차에 비해면 매우 불편한 물건이었다. 우선 도로가 없었다. 마차가 다니던 도로는 울퉁불퉁했다. 비가 오면 진창으로 변했다. 바퀴가 빠져 헛바퀴 돌기 일쑤였다. 주유소가 없으니 기름이 떨어지면 꼼짝도 못 했다. 말은 주변 풀이라도 뜯어 먹일 수 있었지만 자동차의 기름은 벌판 한가운데서 구할 길이 없었다. 자동차는 위험한 쉿 덩어리이기 때문에 3명이 운전을 해야 했다. 운전대를 잡은 사람, 조수 한 명, 그리고 몇 미터 전방에서 자동차가 오고 있음을 알려주는 사람. 이렇게 되고 보니 사람의 걸음걸이나 자동차나 차이가 없었다. 사람들이 자동차를 환영해야 할 이유가 단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자동차는 사라졌는가?


신용카드가 처음 나왔을 때를 상상해 보자. 신용카드를 처음 본 사람들 중 이것이 유용하게 쓰일 것을 알아차린 사람이 얼마나 있었을까? 플라스틱 쪼가리 안에 돈이 들었다는 것을 믿을 사람도 없고, 그걸 들고나가 사용할 수 있는 가게도 없었다. 내 돈을 맡기고 그런 플라스틱을 기꺼이 받아 든 사람은 그 은행의 우두머리와 신용카드를 만드는 플라스틱 공장 사장뿐 아니었을까?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신용카드 없이는 사회가 돌아가지 않을 정도가 되어 있다. 신용카드를 안 받는 가게는 장사를 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현재로는  비트코인으로 커피 한 잔 사 먹을 수 없다. 그래서 지금 비트코인을 사야 한다. 거리마다 가게마다 비트코인 단말기가 깔리고 나면, 비트코인의 가격은 하늘에 가 닿아 있을 것이다. 나 같이 가난한 사람이 비트코인 한 개를 갖는다는 것은, 강남에 50평 아파트를 갖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 될 수도 있다. 


이제 시간이 문제다. 마차의 시대가 가고 자동차의 시대가 오기까지 얼마나 걸렸을까? 거리에 마차의 흔적이 없어지고 자동차로 꽉 찰 때까지 거의 100년은 걸렸을 것이다. 거리마다 가게마다 비트코인 단말기가 깔리는데 얼마의 시간이 필요할까? 나는 10년도 채 안 걸린다고 본다. 이것은 마차에서 자동차로 바뀌는 것과 본질적으로 다르다. 자동차는 마차와는 전혀 다른 인프라가 필요했지만 비트코인은 지금의 신용카드 인프라가 사용될 수 있으니 10년도 긴 시간이라 할 수 있다. 내연기관 자동차가 전기자동차로 바뀌는데 필요한 것은, 인프라가 아니라 전기를 충전할 수 있는 플로그만 깔면 되는 것과 같다.  


그런데 이런 질문이 생긴다. 지금 우리의 화폐 시스템으로 사회는 충분히 잘 돌아가는데, 굳이 주고받기도 어렵고 변동성도 심한 비트코인을 한 국가의 법정화폐로 사용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이 문제에 대한 답은 쉽지 않다. 내가 이 문제에 답하고 예측하기에는 지식이 부족한다. 나는 비트코인이 모든 국가의 법정화폐가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렇게 되어야만 할 이유도 없다. 일부 국가, 일부 지역에서 안정적인 화폐로 사용되어도 그 가치는 충분할 것이다. 


(비트코인은 화폐 이상의 기능을 할 것이라고 한다. 비트코인을 화폐로만 바라보는 것은 비트코인의 많은 기능 중 일부분만 보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부분은 아직 내 지식 밖이다. 블록체인, 스마트컨트렉, 정보전달 등 내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기 때문이다. 내게 주어진 숙제이다)


나는 비트코인이 자산으로서의 가치가 충분하다고 믿는다. 하루 '노가다' 13만 원 중 3분의 1을 떼어 모아두기에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노동, 자본, 사업이라는 세 가지 소득이 있어야 한다. 노동은 이미 충분히 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내 자본 소득에 해당한다. 그리고 사업 소득은 적지만 들어오고 있다. 그리고 나는 한 가지를 더 추가하고 싶다. 시스템 소득이다. 노동, 자본, 사업 그리고 시스템 소득이 탄탄하게 갖추어지면,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화폐, 자동차, 신용카드에 대한 인용 : [화폐, 마법의 사중주] 고병권 지음, 그린비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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