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런함과 부자 되기의 관계
의정부 아파트 현장에 갔다. 나와 함께 일하는 보통인부는 10명가량이었다. 그중 한 명이 유난히 눈에 띈다. 일을 너무나 '맛있게'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하는 일은 '세대청소'. 각 방에 널려져 있는 쓰레기들, 바닥에 깔린 모래와 먼지까지 쓸어내는 게 일이다. 쉼 없이 몰아치면 고된 작업이고, 안쪽에 틀어박혀 뀌를 부리면 편한 일이 되는 작업이다.
그 '맛있게' 일하는 사람은 30대 중 후반으로 보인다. 경험이 많은지 능숙하게 일을 처리했다. 가장 앞서서 일을 했고 가장 나중까지 뒤처리를 했다. 쉬는 시간도 늦게 자리에 앉았고, 시작할 때도 제일 빨리 장갑을 꼈다. 호리 한 보통 키의 그는 몸놀림이 날렵하고 경쾌했다. 다른 작업자가 흘린 작은 모래 하나까지 싹싹 주워 담았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일이 너무 재미있고 즐겁다는 게 행동으로 나타났다.
나는 그를 보면서 '저런 사람은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성공의 기준을 '부자 되기'로 한정했을 때, 맡은 일을 부지런히 그리고 보람 있게 해내는 사람은 성공할 자격이 충분할 것이다. 그런데 나는 그가 성공할 것이란 확신이 없다. 왜냐하면 열심히 하는 것 만으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는데, 내가 볼 수 있는 그의 모습은 열심히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를 모른다.
'열심히' 한다는 것은 좋은 덕목이지만 최선은 아니다. '열심히' 하되 '무엇을'이 반드시 정해져야 한다. 방향을 정하지 않고 열심히만 일하는 것은 노동을 낭비하는 일일 뿐이다. 무언가를 열심히 하기 전에 반드시 정해야 할 것은 무엇을 지향하고 있는가이다. 그리고 이 지향하는 바가 크고 웅장할수록 열심히 하는 행위는 더 아름다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