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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Aug 16. 2022

삶은 가볍고 즐겁게...

이제 미국에서 집 구매의 마지막 단계인 에스크로의 클로징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미국에서 집을 사는 과정이, 집을 보러 다니고, 맘에 드는 집이 나타나면 부동산 중개인을 통해 집주인에 원하는 가격의 오퍼를 넣어, 이것이 수락되면-물론 그전에 모기지에 대한 승인이 필요하지만- 에스크로 회사라는 중개 업체가 집 매매의 전반사항을 중간에서 대행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래서 오늘에서야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 이사 30일 전 고지를 했다. 지금은 집 렌트가 매우 폭주하고 있는 상황이라, 아파트 관리인은 우리에게 이사가 확실히 30일 내에 가능한지 확인하면서 일단 서류에 사인하면 너네 상황이 변경되더라고 물릴 수 없다며 선을 그었다. 이제 일주일이면, 모든 것이 예정되로 진행된다면, 우리는 미국에서 우리의 집이 생기는 것이다. 나름 철저히 한다고 했지만, 정말 다 되는 것인가 두렵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고, 여러 과정들을 체크하며 피곤한 감정들이 섞여서, 실제로 나는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일은 사람이 도모하고 뜻은 하늘이 이룬다는 말처럼, 내가 할 수 있는 일만 생각하기로 했다.


나는 이제 오십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어, 두 아이의 엄마이자, 아내이자, 직장인인데, 아직도 내 마음의 나이는 십 대나 이십 대와 다름이 없이 나에게 삶의 무게는 항상 가볍다. 물론 힘들 때도, 때론 절망적이었던 순간도 당연히 있었지만, 그래도 나에게 삶은 대체로 즐겁고 긍정적이다.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막연한 희망이 내 밑바닥에 깔려 있다고 해야 될까. 


미국에 오기 전 거의 오 년 이상은 어쩌다 눈에 띄는 한국 드라마들을 제외하고는 미드만 봤던 것 같다.  영어공부를 해야 한다는 필사적인 생각으로 했던 부분이 컸지만, 한편으로는 한국 드라마의 징한 감정노동이 보기 힘든 부분도 있었다. 내가 한국인이라 더 한국인의 애환에 감정이입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드라마의 플롯에 사용되는 에피소드들이 과도히 인생의 애환을 증폭시켜 보여주는 건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드라마에 순간순간 나오는 부모의 자식에 대한 과도한 애정, 그로 인해 자신의 삶은 세상의 풍파에 짓이겨지는, 혹은 직장에서의 사람 간의 숨 막히는 경쟁구도나 감정대립들이 나에겐 너무나 버겁게 느껴지곤 했다. 아주 잘 만들어진 드라마인데 이런 장면들이 우리나라에선 어른이 되거나 자식을 키우게 되면 당연히 겪어야 하는 과정처럼 보여, 계속 보기가 힘들게 했다. 


어른이어도, 부모여도, 직장인이어도, 나는 매 순간 즐겁게 가볍게 살고 싶다. 자식에 대한 애정이 얕거나 내가 하는 일이 덜 소중해서가 아니다.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지만, 그러면서 그 속에서 나도 행복해야지 맞는 게 아닐까 생각하기 때문이다. 결혼을 했기 때문에 남편과 같이 살고 있는 게 아니라, 내가 좋아해서 살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좋아야, 내 아이들도 좋고, 내 남편도 좋지 않을까. 난 무언가를 할 때도, 일단 시작하고 보는 경향이 있다. 거기에 대해 어떤 게 좋은 거고 어떤 게 나쁜 점인지 미리 다 알아야 할 필요도 없다. 하다 보면 알게 되어 있으니 말이다. 나의 남편은 세상에서 가장 좋은 아빠이자 남편이지만, 무슨 일이든 항상 걱정부터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럼 내가 '워워' 한다. 이 세상에 리스크가 하나도 없는 일은 없으니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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