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in Aug 22. 2022

내일은 무슨 일이 있을까?

미국에서 집 구매의 과정인 에스크로가 내일 끝난다. 모기지에서 준비하라는 서류도 모두 준비해서 줬고, 다운페이 금액도 모두 입금한 상태라 사실 내일 공식적인 절차만 끝나면 이제 열쇠만 받는 일이 남았다고 할 수도 있는데, 내 마음에는 며칠 동안 나비가 펄떡거리고 있다. '일은 사람이 하고 뜻은 하늘이 이룬다'는 걸 머리로는 알지만 마음은 제멋대로이다. 미리 집에 깔린 카펫 제거 업체로 금요일 내내 문자로 통화로 얘기하고, 생각보다 엄청난 비용이 놀란 것도 잠시, 다시 내 모든 신경이 월요일의 계약 만료에만 쏠린다. 


이제 일을 하는데 아주 크게 영어가 부족하다고 느껴지지는 않지만, 간혹 사람들이 내 말을 못 알아듣거나 내가 말하는 한국인 억양을 말할 때는 괜히 주눅이 들거나 우울해진다. 나는 일할 때 대체로 예스걸이다. 내가 여기서 남보다 더 나이스 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각과 특별히 나에게 손해만 아니라면 좋게 가자는 내 나름의 개똥철학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저번 금요일에는 좀 마음이 상하는 일이 있었다. 같이 일하는 테크니션이 그날따라 내가 한 지시사항을 못마땅해하면서 툴툴대기에 나도 기분이 따라 나빠졌다. 끝나고 오면서도 계속 그게 맘에 걸려 떨어지지가 않았다. 요즘에는 법륜스님의 가르침 덕분에 나름에 마음의 내공이 쌓였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나는 주변에 의해 물드는 평범한 사람이구나 다시 한번 느껴졌다. 기분이 안 좋을 때는 아무 생각 없이 유튜브 동영상을 보는데, 그날 문득 윤여정 배우의 인터뷰를 보게 되었다. 본인이 이혼 후 다시 방송계에 들어왔을 때, 자존심은 한 곳에 버려두고 돈이 되는 모든 배역을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와 그렇게 다작을 하다 보니 실력이 나름 쌓이고, 70대에 영화상을 타게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그 얘기를 보면서 내가 배가 불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결국 이민자로 서툰 영어로 전문직의 임금을 받고 살고 있으면서, 배부른 투정을 하고 있구나 하는. 내가 부족하게 느껴야 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의 태도가 아니라 내 실력이라는 것을 말이다. 


             



최근에 9살짜리 딸과 같이 계단을 오른 적이 있다. 그 짧은 다리로 두 계단 세 계단씩 펄쩍펄쩍 뛰어 올라가는 것을 보며, 상대적으로 한 계단씩 올라가는 내 모습이 갑자기 낯설게 느껴젔다. 어디든 가볍게 올라가고 뛰어다니던 내 모습이 어느새 이렇게 쳐져있었나 의구심이 들었다. 그래서 이제 나도 두 개단씩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이상한 건, 하나씩 천천히 오를 때는 오히려 힘들게 느껴졌는데, 두 개씩 오르니 덜 힘이 들고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며칠 전 축구를 좋아하는 후배가, 본인이 동네 아는 분들과 하는 축구모임에서 60대로 보이는 86세인 분과 같이 게임을 하게 되었다고 하는 얘기를 들었다. 우리는 불과 이십 년 전에만 해도 불가능할 거라 생각했던 많을 일들이 가능해진 세상에서 살고 있다. 기존의 틀을 깨트리는 많을 사람들을 보기도 한다. 나폴레옹 힐의 부자가 되기 위한 법칙들을 보면서 처음에는 그저 그런 얘기라고 생각했는데, 계속 보다 보니 '내가 얼마나 무언가를 이루길 원하고 얼마나 실질적으로 구상하고 다가가느냐'가 관건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저자가 말하는 "burning desire"는 결국 나의 열망이 나의 꿈을 현실로 만드는 도구가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꿈꾸고, 계획하고, 실천하면 되리라'인 것이다. 


한참 수의사 시험 준비를 할 때는, 시험에 대한 스트레스가 너무 커서 시간이 점프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여러 번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스트레스가 있던 어쨌든 간에 매 순간을 알차게 다 느끼며 지나가고 싶다. 불안과 기대는 한 몸인 것 같으니깐. 

작가의 이전글 삶은 가볍고 즐겁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