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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Sep 27. 2022

시간이 걸리는 일

미국의 집 구매과 정인 에스크로가 한 달 전에 끝나고, 이후로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는 한 달이 지나갔다. 

한국에서는 나름 간편한 일들이 여기선 모두 너무 복잡하다고 느껴졌는데, 그게 내가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여기 시스템이 그런 것인지는 알 수가 없다. 이사 첫날 새로운 집에서의 취침은, 왠지 에어 비앤비의 숙소에서 자는 기분마저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에서든 미국에서든, 다주택에 살기만 했었지, 사실 뒤뜰이 딸린 단독주택, 것도 1층 집에서 지낸 적은 거의 처음이어 서일 것이다. 


오래된 집이라, 전에 살던 사람들이 이것저것 나름 고치긴 했어도 낡은 것들이 많이 있었는데, 그중에도 화장실은 너무 맘에 들지 않았다. 오래된 욕조에 커튼을 쳐놓은 건 참을 수가 없어서, 이사 전부터 새로운 욕조와 유리문을 찾아보았는데, 이것도 우리가 알아서 사고, 설치하는 사람을 따로 불러야 하는 상황이었다. 멋모르고 시작한 욕조 구입과 시공 인부 선정은 생각보다 어려웠고, 비용도 우리가 생각하는 두배 이상이 들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오래된 욕조를 떼어내고 새로 설치하니, 욕 조위의 벽과 바닥에 커다란 구멍이 생긴 것이다. 이것도 우리가 알아서 또 다른 인부를 불러서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한국 같으면, 어떻게든 마무리를 해주던지, 아니면 처음부터 다 같이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여기는 모든 게 셀프로 해결이 되어야 했다. 물론 애초에 욕실 리모델링을 신청했다면 달랐겠지만, 우리는 욕조만 교체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것이 문제였던 것 같다. 


이사 준비로 몸살이 나서 일도 못 가고, 집에서 약을 때려 부운 후 하루 동안 온라인 사이트의 욕실 바닥 공사 광고들을 모두 뒤져 연락해서, 우리가 받을 수 있는 최선을 견적을 받아 바로 다음날부터 다른 공사가 시작되었고, 급하게 구하느라, 매일 오는 사람이 바뀌기도 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적절한 가격에 공사를 바로 시작해줄 수 있는 사람을 찾은 건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될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는 뭔가 신청을 하면 일이 주 기다리는 건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암튼 이렇게 다사다난한 이사 준비가 끝나서 우리는 새집에 이주, 정착(?)을 시작했다. 그 와중에 유기견 쉘터에서 검은색 레브라도 레트리버 믹스 강아지까지 우리의 새집에 합류하게 되었다. 


한국에 다녀온 후 삼개월간 외부적으로 많은 변화를 겪으면서도, 나의 머릿속으로 지속적으로 생각하는 일은 사실 하나밖에 없었다. 어떻게 부를 축적할 것인가. 단순히 돈을 모으는 것이 아닌, 경제적인 자유, 돈 때문에 일하지 않아도 되고, 필요한 일에 돈을 쓰는 게 문제가 되지 않는 그런 삶에 대한 설루션을 구하고 있었다. 한국에 살 때는, 부모님도 계시고, 여차하면 도움을 구할 가족들도 있었기에 혹시나 무슨 일이 있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은 안 했던 것 같은데, 미국에 우리 가족 하나 있는데 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 어쩌나 늘 마음속에 약간의 걱정이 잠재되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그동안 여러 권의 책을 읽고, 가끔 유튜브에 나오는 부자들에 대한 책 이야기 혹은 강의 등을 틈틈이 보고 있었던 것이다. 한국 가기 전에 나폴레옹 힐의 "Think and grow rich"를 사서 앞부분을 읽긴 했는데 영 진도가 나가지 않아서, 유튜브의 오디오북을 읽기 시작했다. 그 메인 테마는- 내가 원하는 부의 액수를 정하고, 그 기간을 , 어떻게 해서 그걸 이룰 것인지 구체적으로 적고, 아침저녁 반복해서 읽어라- 이기에, 처음에는 그에 따라 매일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사실, 시크릿 같은 책이나 다른 동기부여 강의들을 보면, 사실 이와 비슷한 내용들이 많이 나온다. 나폴레옹 힐의 책이 조금 다른 점은, 목표를 구체적으로 정해 어떻게 실천할지 계획을 세운다는 것이다.


별생각 없이 오디오북을 들으며, 처음에는 그렇구나 하는 정도로만 생각이 되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모든 것은 내가 얼마나 그 현실화를 잠재의식에 각인시키냐가 관건이라는 생각을 깨닫기 시작했다. 내가 할 수 있을 것 같으면 할 수 있는 것이고, 내가 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할 수 없는 것이다. 내가 아무리 부자가 되겠다고 각오 결심을 하더라도, 내 무의식이 그걸 믿지 않는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기에 나는 진실로 믿어야 한다.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만만치 않은 일이라는 걸 깨달은 것이다. 오늘부터 가랑비에 옷을 적시듯 나의 부자 마인드를 잠재의식에 각인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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