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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Oct 10. 2022

아침형 인간이 되어가는 중!

새로운 집으로 이사한 지 한 달이 되어간다. 아무 관리도 필요 없고 단출한 살림으로 살던 아파트의 생활과 달리, 이사 준비를 하기 전부터 뭔가 해야 할 일이 매일 터져 나왔다. 처음엔 쉽게 생각한 욕실 정비부터, 새로운 세탁기 건조기 설치에 전기가 되지 않아서, 전기 기술자를 부르고, 전기가 연결되어 있지 않아 세탁기 건조기를 반품하고 새로운 가스형 건조기를 샀다. 그랬더니 설치 중에 가스 밸브가 부실하니 고치라는 얘기를 들은 지 이틀 만에 가스냄새가 나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학교에서 배웠던 세제 거품으로 가스관 확인까지 해보는 실험을 하게 되었다. 이래저래 해서 가스관을 고치고, 그 후에 워터 히터의 배기가 잘 안 된다고 해서, 또 사람을 불러 고치고 하는, 무슨 도미노의 연쇄작용처럼 차례차례 무언가의 후속작들이 빵빵 터졌다. 그 와중에 우리는 강아지를 입양까지 하는 일을 저질렀다.


매일매일 뭔가 해야 할 일이 계속 생기고, 일하면서 쉬는 날이면 그 일들을 처리해야 하고, 그러면서 새 강아지 식구와 적응과정을 거쳐나갔다. 명색이 수의사인데, 사실 따져보니 나는 집에서 고양이를 키운 적은 있지만, 개를 집안에서 키운 적은 처음이었다. 그래서 맨날 손님들에게 말만 하고 나는 실천해 본 적이 없는 일들을 시작했다. 밖에서 대소변 훈련하기, 목욕시키기, 산책하기 등등을 말이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시도 때도 없이 밤에 일어나고, 아침부터 억지로 일어나 먹이고 씻기고 하던 일을 이젠 개와 하게 되었다. 


이런 여타 연쇄적인 집안일들과 새로운 식구의 영입으로 나는 쉬는 날조차 늦잠을 자는 것이 점점 어려워졌다. 아이들이 조금 크고 난 후에는 쉬는 날은 늦잠을 자는 것이 나의 하나의 즐거움이었는데, 그걸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강아지는 아직 5개월 남짓한 아이라, 대소변을 오래 참기 힘들어해서, 집안에 실수를 하지 않게 하려면, 밤에 자기 전까지 틈틈이 데리고 나가야 하고, 아침에도 눈뜨자마자 볼일을 보게 해야 한다. 우리 강아지의 아침 기상은 보통 6시이다. 밤에 혼자 거실에서 자다가, 그 시간 즈음이면 자박자박 발걸음 소리를 내며 돌아다니기 시작한다. 그게 나의 기상 벨이다. 


쉬는 날이면 늦잠을 자서, 일어나 보면 해가 중천에 떠있고, 더워서 산책을 나갈 수도 없다. 캘리포니아는 거의 일 년 내내 해가 나고, 비 오는 날은-그것도 낮이나 밤에 한 5분 정도 정말 잠깐 여우비 정도- 일 년에 열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드믈다. 그래서, 아침에 출근하는 날은 '이 시간쯤 일어나 산책을 하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을 하지만, 실천해본 적이 없었다. 나는 너무 아침잠이 많은 인간이라, 잠을 포기하는 건 내 생명을 포기하는 것과 같은 일이라 생각했는데, 상황이 바뀌니 생각도 달라졌다. 그러니 덩달아 쉬는 날 즐기던 음주도 줄이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나는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달라지는 것들이 있다. 남편과 결혼할 즈음에는 더 이상 친구들과 만나서 술 먹고 노는 일에 싫증이 나기 시작했고, 아이들이 생길 때는 술 먹기가 싫어졌고, 미국 수의사 준비를 할 때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공부하는 게 나름 재미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아침을 즐기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왜 때가 될 때까지는 그토록 시간을 낭비하거나 방황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뭐 살면서 생각 없이 살 때도 있고, 열심히 살 때도 있는 게 인생 아닌가 스스로 변명을 해본다. 


아침에 딸을 밥을 먹이면서 옆 집개가 짖는 소리를 들었다. 우리 강아지가 그쪽을 쳐다보길래 "해리, 너도 대답해!"라고 했더니, "멍멍" 짖는 게 아닌가. 잠시 우리 개가 천재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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