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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Oct 24. 2022

휴일의 잡다한 생각

캘리포니아에 사는 가장 큰 장점은 아마도 일 년 내내 좋은 날씨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어젯밤에는 드물게 있는 비가 내렸지만, 낮에 비가 내리는 일은 일 년에 한두 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고, 눈은 아예 볼 수가 없다. 그만큼 크게 추운 일이 없다는 것이다. 내가 이민을 가야겠다고 결심했을 때, 이왕이면 따뜻한 곳이었으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그 부분에서는 백 프로 만족한다. 


이사 후 나의 아침형 인간 되기 프로젝트는 침체기에 들어갔다. 한 달 정도 바싹 긴장했던 나의 정신상태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간 탓인지 아니면 일찍 일어나면 하루 종일 비몽 상태로 지내는 게 싫었던 탓인지, 이제 다시 원래의 기상상태로 돌아가고 있다. 이미 내 나이의 몇몇 친구들은 불면증에 시달리거나, 새벽에 깨서 도통 잠이 안 온다고들 하는데, 어째서 나는 매일 기절하듯이 잠들고, 아침에는 늘 일어나기 힘든지 알 수가 없다. 그렇지만 무엇이 원인이든, 일찍 일어나서 하루 종일 무기력하게 사느지 차라리 조금 더 자고 상쾌하게 사는 게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 




중학교 때 수업시간에 나의 존재 이유나 삶의 의미가 무엇인가 등등의 철학적인 주제들로 토론을 한 적이 있었다. 나는 무엇이 주제가 되었든 상대방을 설득시키고 내 의견을 관철시키는데 나름 재주가 있었다. 그런데 나 자신은 사실 어느 쪽도 백 프로 동의하는 마음은 들지 않았다. 세상에 어떠한 일들이나 의견이나 견해도 절대적인 진리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참 프롤레타리아와 부르주아 계급에 대해 배우고, 어떠한 이유로 공산주의 혹의 사회주의 사상이 사람들을 현혹시키게 되었냐에 대해 배울 때, 이론적으로는 사실 아주 완벽한 사회주의 사상이 실제 현실에서는 절대 이루어질 수 없다는 걸 만원 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간접적으로 체험하기도 했다. 학교로 가는 만원 버스에서 터질 듯이 끼여 가면서, 맞은편의 버스는 텅텅 비어있는 채로 지나간다. 우리가 이런 세상의 모든 상황을 공평하게 만들 수 있을까. 


삶은 우리의 의지와 노력이 주변 상황과 맞물려 결과물로 나타난다. 사람들은 어느 정도 나이가 되면 대부분 더 이상의 성장에 대한 의지가 현저히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어렸을 때는 당연히 학교에 가고 무언가를 배우고 이뤄나가는 게 당연하다 생각하지만, 직업을 갖고 가정이 생기면 하루하루 그냥 살아가는데 익숙해지기 때문이다. 자신의 아이들에게는 공부하라 책을 읽으라 하지만, 정작 자신은 생활에 지쳐 바쁘다는 이유로 그 어떤 것도 더 이상 채우려 하지 않는다. 생각하지 않고 그냥 살아가는 날들이 더 편안해서 일까. 


나는 내가 불안할 때마다 꾸는 꿈이 있다. 시험을 보는 꿈이다. 시험 준비가 전혀 안되어있는데 시험장에 앉아서 시험을 본다. 문제에 대한 답을 전혀 모르거나, 혹은 시간이 너무 부족하거나, 답안지에 답을 전혀 적지 못했는데 시험 종료 벨이 울린다. 꿈에서 내내 안절부절못하며 초조해하다 깨면 꿈이다. 

그런 꿈을 꾸게 되면, 내가 요즘 심리적으로 걱정이 많구나 깨닫곤 한다. 


한국에서 일을 하고, 가정을 꾸리고 한동안은 삶의 무게에 아무 생각이 없다가 다시 시작하게 된 공부, 시험 그리고 미국으로의 이민은 내 상황을 아주 많이 바꿔놓았다. 나는 이제 가족 친구들과 멀리 떨어진 타국에 살면서 일을 하고 아이들을 키운다. 하지만, 이 생활도 벌써 오 년째가 넘어가고 있고, 나는 나름 또 새로운 상황에 적응을 하고 있는 듯하다. 또다시 다른 목표를 세우고 있으니 말이다. 나는 이제 경제적인 독립을 위해 다시 나를 재정비해야 한다. 전에 내가 무언가에 대해 궁금하면 주변의 사람들에게 물어보곤 했다. 지금 달라진 점은 책을 찾아 읽는다는 것이다. 


유튜브를 종종 듣는 이유 중 하나는, 사람들이 얘기하는 좋은 책들에 대한 정보를 듣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최근 들은 유튜브중에 '하와이 대저택'이라는 사람의 얘기를 아주 애청하고 있다. 그는 나이 40에 경제적인 독립을 이루었다 말하고, 그 근간은 책 읽기와 경제공부라 말한다. 우리가 성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의 마인 셋이라는 것이다. 사실 우리는 그에 대한 다양한 성공담을 많이 듣지만, 그걸 귀담아듣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크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그럴 수도 있겠다' 혹은 '그게 가능할까' 혹은 '정말 그것 때문에 그 사람이 성공했을까' 하는 정도로 생각한다. 


처음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으로 듣게 된 법륜스님부터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로' 그리고 주식투자에 관한 책, 돈의 심리학, 나폴레옹 힐의 부자가 되는 생각, 그리고 이번 주에 산 '백만장자의 마인드'까지. 사실 나는 삶에 대해서든, 성공한 사람에 대해서든 회의적인 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이다. 어떤 것에도 백 프로 진실 혹은 절대적인 진실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니, 거의 백 프로에 가까운 진실을 얻은 것 같다. 사람은 생각한 대로 될 수 있는데, 어느 정도의 결과물을 내느냐는 나의 감정상태 즉 긍정적인 감정상태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여기까지 오는데 시간이 걸렸기에 누가 그냥 이런 얘기만 듣고 '아 그렇구나' 느껴지지 않을 거란 건 당연히 이해한다. 근데 문제는 여기까지 왔다고 해도, 여기서 다시 나의 마인셋을 내가 원하는 결과물을 얻을 만큼으로 바꾸는 건 또 다른 문제라 생각하기에 아직 끝은 아니다. 다만, 난 내 삶을 업그레이드하는 게 재미가 있고, 다른 별로 할 일도 없고, 때문에 이제 다시 '고' 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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